“30여년을 넘게 청춘을 바쳐 일해온 직장입니다. 동료들 대부분은 나이 50이 넘었고, 60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노동자들을 필요없는 쓰레기 취급하면서 쫓아내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부당휴업도,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희망퇴직 강요도, 살인적인 임금피크제도 모두 중단해야 합니다. S&T그룹 최평규 회장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합니다.”
경남 창원의 S&T중공업 노동자들이 지난 1월 3일부터 회사 측의 휴업,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실시에 반대하며 60일 가까이 노숙천막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방위산업품과 상용차용 파워트레인, 공작기계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S&T중공업 측은 경기침체와 수주 물량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1월부터 강제 휴업과 희망퇴직,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노동조합은 회사 측이 12년 연속 흑자로 사내유보금만 6,000억 원이 넘는데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착취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2년 연속 흑자 우량기업의 노동 착취”
S&T중공업의 전신 기업은 통일중공업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 위기에 시달리던 통일중공업은 4년간의 법정관리를 거치며 주식회사 삼영에 인수합병됐다.
삼영의 소유주였던 최평규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03년 통일중공업을 인수합병한 뒤 2005년에 사명을 S&T중공업으로 바꿨다.
S&T중공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인수합병 첫해인 2003년을 제외하고 지난 13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사내유보금만 6,000억 원에 이르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700억 원에 이른다. 또 부채비율도 33%정도여서 우량기업이다.
그러나, 흑자행진을 이어온 지난 13년 동안 근로자 신규 채용은 단 한명도 없었고 자연감원만 500여명에 달한다는 게 노동조합 측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흑자 자본을 기업 재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기와 노동착취에만 급급했다고 노동조합은 주장한다.
■휴업·임금피크제·희망퇴직 갈등
노동조합이 투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1월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 측의 일방적인 휴업이 시행되면서부터이다. 회사 측의 명분은 ‘경기침체’였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휴업 시행 첫해에만 노조원 100여명 이상이 휴업을 해야 했고, 올해 2월에도 80명이 일손을 놓아야 했다. 또 오는 3월에는 71명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같은 휴업 조치로 지난해 정상근무를 3~4개월밖에 하지 못한 노조원도 있었고 수입이 줄어들어 생계마저 위협을 받게 됐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도 시행했다. 지난 2015년 10월말 사무직 및 성과 연봉제 사원을 대상으로 57~60세까지 10~40%를 삭감했으며, 이 과정에서 강제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부터는 생산직을 대상으로 56~59세 10%, 60세 20% 삭감을 노동조합과의 임단협 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다.
희망퇴직자 모집도 수개월씩 연장해가며 근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정년 60세가 법으로 시행되자 희망퇴직 모집을 시행하면서 ‘강요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부당휴업과 함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안정적인 생활을 원한다”
기약 없는 휴업이 3년째 이어지면서 노조원들은 생계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장근무를 하지 못하게 된 노조원들이 받는 임금은 세금과 4대보험료 등을 떼고 나면 160여만 원 수준이다.
김상철 전국금속노동조합 S&T중공업지회장은 “30여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50대 근로자들에게는 월급날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허탈한 날이 된 지 오래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지회장은 “정년 60세까지 만이라도 안정된 직장, 고용불안 없는 직장이 돼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원할 뿐”이라며 “회사 측은 부당 휴업과 살인적인 임금피크제,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희망퇴직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측은 현재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준월급제’를 요구하고 있다. 매일 1시간씩 추가 근무를 해 월 30여만 원 정도를 고정적으로 받아 생계에 도움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노동조합은 올해 첫 출근을 하던 지난 1월 3일 파업을 선언하고, 창원 S&T저축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28일 현재 57일째 노숙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 간부들과 노조원들에 대한 회사 측의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회사 간부를 집단으로 폭행하고 시민들에게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선전전을 했다는 이유이다.
노동조합 측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김 지회장은 “노숙투쟁 첫날 노조 측 간부들과 승강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회사 측 간부가 자신의 실수로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을 집단폭행으로 몰았다”며 “시민들에게 나눠준 선전물 가운데 월급 액수를 언급한 것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고발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지회장은 또 “회사 측이 노숙투쟁 장소 주변 현수막을 훔쳐가거나 훼손하는 등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그 어떤 사과도 없이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오히려 조합원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지원 나선 경남 야당 정치권
S&T중공업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자 경남지역 야당 정치권이 노동조합을 지원사격 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 경남도당 등 경남 야5당 정당협의회는 28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숙공동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최평규 회장은 막대한 사내유보금과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한 것은 현장에서 청춘을 바쳐 일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소모품 취급하며 노동탄압을 일삼는다면 지역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천막농성장 주변 플래카드 훼손에 대해 경찰 수사 촉구 및 경찰서장 방문, 최평규 회장 항의 면담 추진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극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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