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로 접어드는 19일 새벽 현재, 장례절차나 장지는 물론이고 분향소 문제가 확정되지 못했다.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이희호 여사 등 유족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갈등의 기미도 엿보인다.
19일 자정께 임시 기자실을 찾은 박지원 의원은 "국장이다 국민장이다 여러 이야기가 많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분향소는 19일 오전 9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 열리는 것은 맞지만 나머지 한 군데는 역사박물관으로 하느냐 국회로 하느냐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광장의 분향소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주노릇을 하며 대체로 일반 시민들의 분향을 받게 되고 나머지 한 곳은 국민의 정부 각료급 인사들이 공적인 인물들의 분향을 맡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설치됐던 역사박물관이 유력했지만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 국회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편치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전두환, 노태우하고 같을 수 있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장례형식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19일 국무회의에서 결정이 나겠지만 유족들과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훈·장성민 전 의원은 이같은 기류를 전한 바 있다.
동교동과 가까운 또 다른 전직 의원도 "굳이 정부를 자극할 필요가 없어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국장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에 오히려 우리 쪽이 자극되는 분위기"라면서 "정부 쪽에선 다른 전직 대통령과 형평성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예우도 박탈당한 사람들인데 같이 비교할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충안으로 '국장 6일장'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9일장을 거행할 경우 수요일인 26일 관공서를 휴무해야 하지만 6일장을 거행할 경우 23일 일요일이 발인일이 된다는 것. 하지만 개신교와 성당의 예배가 열리는 23일에 발인하긴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 결정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은 동작동 국립묘지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박지원 의원은 "시청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조문객들 사이에선 광주 5.18 국립묘지로 모셔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전직 국가원수 가운데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만 안장되어있는 동작동의 경우 국가원수 묘역에 빈 자리가 없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대전현충원에는 국가원수 묘역 4자리가 비어있지만 접근성과 상징성이 부족하다. 결국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박 의원은 "임시 빈소는 일단 19일 저녁까지는 이대로 세브란스 병원에 유지된다"고 전했다. 장례기간 동안 김 전 대통령의 유해가 계속 세브란스 병원에 있을지 여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한편 최경환 비서관은 "외국에서 조문(弔文)이 많이 답지해있는데 정리해서 19일 중으로 발표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온 메시지도 있냐'는 질문에 최 비서관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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