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27일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당국의 규제나 중국 소비자의 불매운동 등 '사드 후폭풍' 가능성에 벌써 근심이 가득하다.
특히 다음 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임박하면서, 자칫 언론과 현지 소비자 단체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지는 않을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 소비자 고발 방송에 니콘·애플·금호타이어 등 '혼쭐'
중국 소비자의 날이 롯데뿐 아니라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에 공포의 대상인 것은 이날 방영되는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 때문이다.
27일 재계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완후이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의 경우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됐다.
아울러 같은 해 외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불만 접수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소개하면서, 베이징현대 관련 접수 사실도 공개했다.
롯데는 우선 중국 현지 지사나 사업부에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 중국 언론으로부터 입장 등을 요청받으면 '정부의 안보적 요청에 따른 사안으로 기업이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최대한 여론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중국서 연 3조2천억 매출·2만명 근무…불매운동시 '타격'
롯데가 중국인을 상대로, 또는 중국 현지에서 벌이는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롯데는 긴장을 안할 수 없다.
롯데에 따르면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통·화학·관광 등의 업종에서 롯데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고, 현지에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통의 경우 현지에서 수 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도 봤지만, 아직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 점, 90여 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유통·제과·화학 등 계열사의 중국 현지 매출은 한 해 약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롯데가 추진하는 쇼핑·레저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도 사드 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형태로만 반발해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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