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으로 볼 때 정상화에 다가가는 과정"이라며 "현재로선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를 빼곤 모두가 우려한다.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기미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언론도 논조 차를 뛰어넘어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윤증현 장관의 인식이 안이하다며 총부채상환비율 강화와 같은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정상화 과정'과 '경계 수준'으로 현격히 갈리는 이 입장 차를 인식 차에서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게 보긴 어렵다. 7개월 동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연간 증가액과 거의 같고,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4개월째 상승하는 판에 지표 독법의 차이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르게 본다. '한겨레'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의 문제로 본다. 부동산을 지렛대 삼아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아닐 수도 있다.
▲ 동아일보 8월3일자 기사ⓒ동아일보 |
'동아일보'가 지난 3일 보도한 게 있다.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뛰면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상승한다는 분석결과였다.
'동아일보'가 미국 플로리다 대학 정치학과 박원호 교수와 함께 2000-2008년에 치러진 7차례 선거와 선거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왔다고 했다.
"2004년과 2008년 총선 사이 아파트 평균값이 3.3제곱미터당 100만원 미만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8.2%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지역정서가 강한 지방보다는 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했다.
보수화 때문이라고 했다. "집값이 오르면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집값 상승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거주자들도 보수화돼 '표심의 보수화'로 연결된다"고 했다.
의미있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막연하게 얻은 경험칙을 정교한 데이터로 입증한 분석이다.
부동산이 문제였다. 교육과 함께 부동산이 수도권의 개혁표심연대를 무너뜨렸고, 민주당의 지지층을 와해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말기에 강력한 부동산시장 규제책을 펼쳤지만 강남불패세력은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이 원위치할 것이라고 비웃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바람에 민주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이 된 건 공지의 사실이었다.
그래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히려 '동아일보'의 분석결과를 망원경 삼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운명을 가를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 분노를 가장 많이 축적해온 곳도 수도권이다.
어떻게 될까? 이런 수도권에 '동아일보'의 분석결과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달라진다. 정부가 끝까지 방치하면, 그래서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더욱 출렁이면 판도가 달라진다. 수도권 표심이 보수화 되면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이명박 정부는 한숨 돌리게 된다. 수도권에서 반타작만 해도 지방선거 참패로 집권기반이 급속히 약화됐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된다.
물론 단순한 전망이다. 정부가 '동아일보' 분석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복합 요인이 작용하는 선거판을 부동산 요인 하나로 재단하는 것도 지극히 단순하다. 표심의 정치적 정서는 아예 도외시한 반쪽짜리 예측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피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팔짱을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동아일보' 분석결과대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반대의 단순 전망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실망과 불신, 분노가 누적돼왔기에 지방선거에서 중간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 또한 정치적 요인 하나로 재단하는, 지극히 단순한 전망임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실망과 불신, 분노가 쌓여도 그것을 정치적으로 모을 구심이 없으면 스러진다. 실망과 불신, 분노가 정치참여를 이끌어내도 그것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또 다른 실망과 열패감을 부른다. 그리고 두 정치적 정서 틈새에서 개인과 욕망이 줄타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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