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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YTN-MBC, 같은 점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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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YTN-MBC, 같은 점 다른 점

[김종배의 it]말 대신 행동 보여준, YTN 배석규 전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던가? 인사는 만사라고…. 맞다. 인사는 만사다.

KBS가 어제 보여줬고, YTN이 오늘 보여주는 일반적인 공식이다. 인사권을 행사하면 조직을 장악하고, 조직을 장악하면 프로그램을 조율할 수 있다. 소리 내지 않고, 탈도 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데 이처럼 유용한 공식은 없다.

잘 볼 필요가 있다. YTN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배석규 전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원 추천제에 의해 선임된 보도국장을 전격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3개월 대기발령 조치하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YTN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돌발영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제도와 규정을 들었다.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는 2003년 체결된 단협에 따른 제도로 2년 효력이 끝나 더 이상 지킬 이유가 없다고 했고, 대기발령 조치는 형사 기소된 사람에 대해 대기발령을 낼 수 있도록 한 사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모양새를 취하면서 피해가고 있다. 인사 조치를 프로그램 간섭, 제작 간여와는 상관 없는,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로 치장하고 있다.

KBS도 그랬다. 이병순 사장이 본부장급을 물갈이하고 일선 기자와 PD 인사를 단행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거의 없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오를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간부와 기자ㆍPD에 대한 인사를 사장 교체에 따른 인사권 행사 차원으로 포장했고, 진행자 교체를 제작비 절감을 위한 경영권 행사 차원으로 묘사했다.

덕분에 피해갔다. 특정 프로그램이 폐지돼도, 특정 프로그램의 제작방향이 틀어져도 국민적 논란거리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새로운 제작진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치장한 덕에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간섭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다르지 않다. KBS가 어제 보여줬고 YTN이 오늘 보여주는 공식은 본질상 같다. 차이는 시차뿐이다. KBS가 구현한 공식을 YTN이 뒤늦게 따라하는 것일 뿐이다. '낙하산'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인사권의 정당성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했던 구본홍 사장이 물러난 덕에, '낙하산' 멍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배석규 전무가, 게다가 '토착' 인사로서 사내 구성원에 대한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배석규 전무가 뒤늦게 공식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일반화하지는 말자. 사측의 일방적인 전략을 만사형통의 비법으로 격상시키지는 말자. 작용엔 반작용이 따른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S의 어제가, YTN의 오늘이 MBC의 내일이 될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편향된 인사로 채워졌어도 엄기영 사장 체제가 버티면 KBS와 YTN 모델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에 엄기영 사장 체제가 존속돼도 인사권 행사과정에 방문진 입김이 스며들면 KBS와 YTN 공식은 적용된다.

KBS 노조가 막지 못한 전가의 보도를 YTN 노조가 막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S 사원은 노조와 '사원행동'으로 양분돼 전열을 모으지 못했지만 YTN 사원은 사원 대다수가 '구본홍 퇴진 투쟁'으로 전열을 갈고 닦았다. KBS는 기존 규정 틀 안에서 인사권을 행사해 노조(와 사원행동)의 입지를 좁혔지만 YTN은 단협 자동갱신 관행을 일방적으로 무시해 노조의 활동공간을 넓혔다.

KBS와 YTN은 말하지 않았지만 MBC는 말한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신임 방문진 이사 몇 명이 대놓고 말했다. MBC의 특정 프로그램이 편향돼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방문진 이사가 왜 개별 프로그램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느냐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KBS와 YTN이 '조용한 전쟁'을 벌인 반면에 MBC는 '시끄러운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제가 오늘의 발판이 되고, 오늘이 내일의 모델이 될지 모른다. YTN 노조가 KBS 노조(와 사원행동)의 극복 대안이 될지 모르고, MBC 방문진의 섣부른 언사가 자충수가 될지 모른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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