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각종 의혹에 휘말려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후임으로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내정했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보다 한 기수 아래인 천성관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내정된 직후 "25년 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천 내정자가 각종 도덕성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자 그는 신임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충성파 TK'냐, '통합형 호남'이냐…결국은 '非호남-非영남'
서울 출신의 김 내정자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1회로 공직에 들어섰고,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인천 공판송무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 법무부 법무심의관과 법무실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현재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을 맡고 있는 등 국제적 감각을 갖췄다는 게 청와대가 내 세운 발탁이유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김 내정자는 소통을 중시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했으며, 다양한 수사 분야를 겸험했을 뿐 아니라 국제적 안목과 식견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또 검찰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된다"며 "실무적 절차가 완료되면 청문회 개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성관 파문'의 후폭풍과 함께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중도 강화론'이 함께 맞물리면서 이번 검찰총장 인선에서는 '비(非)영남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은 검찰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유력한 후보였던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대구)이 최종 단계에서 결국 고배를 마신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는 '비(非)영남'과 더불어 '비(非)호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 내에선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호남권 검찰총장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호남 출신인 문성우 전 대검 차장,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이 주목받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방침은 지난 주말 께 확정됐다고 한다. 두 가지 방향 모두 부작용과 위험성이 적지 않은 만큼 비교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울 출신의 김준규 카드가 막판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등 재산 23억여 원…靑 "이번에는 철저하게 검증했다"
출신 지역에 대한 고려와 함께 이번 검찰총장 인선에서 청와대가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도덕성 검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성관 파문을 의식한 듯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검증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김준규 내정자도 정밀검증과 개인소명 절차 등을 모두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도덕성은 당연한 자질이 아니냐"면서 "검증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전방위로 검증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준규 내정자는 올해 초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의 아파트(166㎡)와 서울 종로구 상가, 경기도 평택의 밭 등 모두 23억3043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해 검찰과 법무부 간부를 통털어 6위에 기록됐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소신은?…"기업에게 도덕성 요구하지 말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고, 지난 2003년부터 공정위 정책평가위원으로 공정위가 인연을 맺기 시작해 현재는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정 내정자는 지난 2001년 삼성의 '소액주주 소송'에서 법원이 사측에게 10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이는 기업활동을 제약할 것이 분명한 판결"이라며 사측의 손을 들어준 일이 있다.
당시 정 내정자는 "기업은 도덕성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며, 효율성을 지향하는 영리 집단일 뿐"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법원의 기업에 대한 과중한 도덕적 요구도 시정돼야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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