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다완을 자신들의 첫 번째 보물로 삼아 수백 년간 숭배해 온 일본.
그들에게 가장 방문하고 싶은 3대 요(窯) 중 하나로 꼽히는 유길삼 선생의 양산 단하요가 요즘 때아닌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30년 넘게 전통 재래식 가마를 고집해온 유 선생의 가마에서는 틈틈이 서해안 천일염을 도자기에 담아 도자기와 같은 방법으로 구워내고 있는데, 소금을 꺼내고 난 가마 속 열기가 관절염 류머티즘 당뇨 피부 등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선생은 이들을 위해 가마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소금은 최고 900도에서 최대 9시간가량 구우면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제거되고 황토가마에서 발생한 미네랄을 흡수한 새로운 도자기소금 '슘소금'이 만들어진다.
유 선생은 "소금을 구워내고 난 뒤 12시간가량 200도 정도의 열기가 가마 속에 지속되는데 수백도까지 치솟은 황토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몸속 구석구석 전달되면서 이같은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일 이곳을 찾은 주민 A(68) 씨는 "무릎 관절 수술 후에도 통증이 심해 잘 걷지 못했는데 우연히 가마체험을 하고 호전돼 석 달 넘게 일주 2회 정도 가마 속에서 두세 시간 열기를 쐰 결과, 지금은 별 통증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신기해했다.
부산 중앙동에서 두 달째 수요일과 토요일 단하요를 찾고 있다는 주부 K(53) 씨는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 어깨 통증을 이곳에서 나았다"며 "몇 달 더 체험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유 선생이 가마 열기를 환자들에게 개방하게 된 건 부인 때문이다.
어려운 가운데 평생 유 선생을 뒷바라지 해온 부인이 갑작스런 당뇨로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가게 되자 부인을 설득해 가마 속에 들어가게 한 것.
3개월여가 지나자 부인의 혈당수치가 정상인 수준으로 내려오게 됐고 이는 주치의조차 놀라게 했다.
현재 부인은 당뇨약을 먹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만 하고 있다.
유 선생은 부인처럼 뒷바라지를 하며 고생을 해서 각종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주부들에게 무료 체험을 제공하고 싶은 것.
유 선생은 국내에서 가장 큰 아홉 개의 봉(封)으로 년 2~3회 도기를 구워낸다.
이때 장작 가마 온도는 14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미 이같은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지는 도자기에서 인체에 좋은 물질들이 생성된다는 연구는 각종 실험과 논문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유 선생은 "도예를 전통문화와 예술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의 슬기를 첨단 과학기술에 융합시키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발견한 신물질에 고분자화합물 등을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유기농 비료와 도자기소금, 탈취제 등을 개발해 동참한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첨단 과학과 전통문화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고려다완을 재현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도자기를 생산해 내는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일본 현지 전시기간 중 자신을 작품을 팔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작품에 매료된 일본인들은 단하요 까지 찾아와 작품 구매를 상담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도예가로는 국내 처음으로 지난 2013년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 선생은 수십 년 동안 고려청자 재현을 위해 전국의 산과 들을 안 가본 곳 없이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수많은 흙을 가져와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러다 김해에서 가져온 점토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흙에서 추출한 물질을 도기에 칠해 구워낸 천일염을 음식에 넣어 보니 조미료보다 더 맛을 내는 도자기소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와중에 도자기 점토를 담갔던 물을 텃밭에 버렸다가 고추가 병 없이 더 빨리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기농 전문가와 2년여간 실험한 결과, 수확량이 20% 늘고 당도와 육질이 향상되는 유기농 비료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이 소금과 비료는 국내 최대 음식점 체인과 화훼 채소 농가 등에 보급되고 있다.
장작 가마를 이용해 7첩 반상기 백자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현한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 교토 국제교류회관과 교토갤러리 등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초대전과 한일 교류전에 초청돼 한국 전통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려 왔다.
유 선생은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환경과 자연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는 데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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