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며 7부 능선을 넘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는, 이제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건의 급소에 해당하는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와 관련된 특검 수사의 엄중함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명분이 확보된 점은 특검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430억 원 상당의 뇌물을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 씨와 함께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필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는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겠다면서도 조사 방식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박 대통령 측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 구속 영장 발부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은 또 최장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이 부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보다 분명하게 입증할 만한 진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한 고삐를 조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면조사 형식을 둘러싸고 청와대 측과 조율이 이뤄질 경우 내주 초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될지도 주목된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이 끝나기도 전인 오는 28일까지로 11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특검은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특검 연장에 호응하는 데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 연장 명분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그동안 삼성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가로막혀 있던 롯데, SK, CJ 등 다른 대기업 수사도 2월 말 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간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본격적으로 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정은 특검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 측은 전날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에 "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황 권한대행이 태도를 바꿔 특검 기한 연장을 승인하고 헌재가 3월 초 탄핵을 인용할 경우, 삼성과 다른 대기업 조사를 통해 대통령직이 박탈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뇌물죄 기소가 가능해진다. 수사 연장, 탄핵 인용, 두 가지 '전제'가 맞물려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일단 박 대통령과 국정실패 책임론과 정치적 전망을 공유하는 황 권한대행이 특검 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아직까지의 전망이다. 황 대행에게 명분은 거의 없으나 그가 '몽니'를 부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벼랑끝에 몰린 박 대통령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헌재 직접 출석으로 탄핵 시계를 잠시 멈출 수 있다. 또 대리인단 총사퇴 카드를 낼 경우, 대리인 없이 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데 헌재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자연인 박근혜'가 특검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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