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전격 구속됐다.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역시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구속을 피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보강 수사 끝에 결국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 12일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역시 "이번에는 이 부회장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었다. 총수 구속 이후의 삼성 개혁 과제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혐의(횡령·뇌물 공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재산을 국외로 반출한 혐의(재산 국외 도피), 특혜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계약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16일에도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약 3주간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위증 혐의를 제외하고 같은 혐의가 적용돼 구속 영장이 청구된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박 사장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실무를 맡았었다.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최 씨를 직접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최 씨가 삼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중요한 구호가 "재벌도 공범이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등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닌 재벌 총수들에 대해선 수사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점, 그리고 실제로 불법 로비 등 비리를 주모한 삼성 미래전략실 수뇌부가 구속을 피한 점 등은 한계로 거론된다. 예컨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삼성과 권력의 어두운 거래를 증명하는 '살아 있는 역사'로 꼽힌다. 하지만 장 사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삼성 비서실(현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장충기 사장 구속 수사 없이는 정경 유착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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