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새떼가 날아가도 손 흔들어 주고
사람이 지나가도 손 흔들어 주고
남의 논 일을 하면서 웃고 있는 허수아비
풍년이 드는 해나 흉년이 드는 해나
-논두렁 밟고 서면-
내 것이거나 남의 것이거나
-가을 들 바라보면-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말하지만
저 멀리 바라보고 두 팔 쫙 벌리면
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김진태 |글이란 배움에서 시작하되 뛰어넘어야 이루어지는 것이고 시란 글로써 나아가되 벗어나야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수아비를 그리려다 자기 마음을 드러내었다면 노욕이 지나친 것이고, 드러내지 못했다면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글 없는 시는 사바를 이해시키기가 어렵고 글 있는 시는 시비를 벗어나기가 어려우니 이 또한, 평화가 아니다.
노파심절이 지나쳐 저렇듯 자상하게 부연하고 있으니 삼척동자라도 허수아비가 아님은 알 것이다. 이 시를 듣고 설악의 바위가 고개를 끄덕이고 동해의 파도가 노래를 부른다면 눈밝은 이를 다시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참으로 여시아문(如是我聞) 이로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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