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JTBC보도(태블릿PC 관련) 직후 '비선실세' 최순실 씨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당일(2016년 10월 25일)에도, 차명폰을 사용해 최 씨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1차대국민담화에 최 씨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여부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앞서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차명폰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2016년 10월 25일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통화한 마지막 날"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차명폰으로 2016년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0여회 통화를 했다. 특히 최순실 씨가 독일로 도피한 9월 3일부터 한국에 입국한 10월 30일까지 127회 차례나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은 이들의 차명폰을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그동안 최순실과 대통령 사이에 긴밀한 연락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출범이래 지금까지 두 사람이 어떻게 통화했는지 다각도로 조사. 그 와중에 두 사람 사이의 통화가 있다고 보이는 차명폰 발견. 이를 검토했다"며 "특검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사람이 썼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마지막을 최 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한 10월 25일은 JTBC의 태블릿PC가 보도(24일 저녁 8시 뉴스)된 다음날이다. 이날 오후 3시 34분 박근혜 대통령은 예고 없이 춘추관을 방문한다. 오후 4시를 기점으로 국민에게 발표할 담화문 녹화를 위해서였다.
이 담화는 춘추관 기자실에 불과 10분 전에 통보됐다. 담화 사실을 몰랐던 기자들은 통보에 앞서 춘추관 내에서 갑자기 경호원들이 뛰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이는 그만큼 담화가 전격적으로 결정됐음을 시사해 준다. 누군가 '지금 담화문을 내야 한다'고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검은 25일 박 대통령이 최 씨와 통화한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이 특검보는 "통화내역 부분은 이 자리에서 별도로 말 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추정컨대 박 대통령과 최 씨의 통화시점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혹은 발표한 후일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문제가 된다.
만약 담화 발표 전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통화를 했다면 담화문 관련 사전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담화 발표 후 통화를 했다면, 추후 벌어지게 될 일 등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해 상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당시 담화문을 통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두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날에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날인 26일에도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의사 교환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순실 씨의 귀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앞서 특검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에서 진행된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효력정지(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에서 "독일 도피 중인 최순실이 지난해 10월 26일 JTBC 보도(태블릿PC 관련)가 나간 이후 대통령 차명폰과 통화되지 않자 장시호(조카)를 시켜 장시호 어머니 최순득으로 하여금 윤전추 차명폰에 전화하게 하고 윤전추 폰을 통해 대통령과 최순득이 통화했다"며 "대통령은 최순득한테 '최순실이 귀국하면 어떻겠냐'고 했고, 장시호가 대통령 말을 최순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러한 차명폰 등 증거자료가 청와대 경내에 존재하기에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독일 도피 기간 중에도 하루에 2~3번 꼴로 차명폰을 이용해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한몸'과 같은 관계였다는 정황은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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