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천 후보자가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데다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루 등 위법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각 때 겪은 인사파동의 여파를 잘 알고 있는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등으로 이어진 중도·서민 행보도 '천성관 악재'에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내정 철회는 없다"
청와대는 일단 "내정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지만 업무수행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결론은 이날 오후 유렵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천 후보자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위법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지 않느냐"면서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임명 강행이 최선은 아니지만, 지금 내정을 철회하는 것도 정치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선 "국민정서 등을 고려하면 천성관 후보자를 끝까지 안고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으나 이 경우 국정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이 대통령이 내정 철회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론이 나려면 좀 더 여론의 추이를 지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청와대, 버티다가 화 키울라
그러나 청와대의 '버티기'는 화를 키울 수 있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사기준과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금 부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사검증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인사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한 상시적 검증작업이 이뤄지고, 고위직 인사수요가 발생하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은 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산형성 과정, 납세현황 등을 포함한 정밀검증을 거친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최종 검증을 거쳐 후보자들을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청와대 내부에서 인사검증 작업 실무 책임자는 조성욱 민정2비서관이다. 특히 조 비서관은 검찰에 사표를 제출한 뒤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관행에 따라 다시 검찰로 복귀할 예정인 사실상의 '현직 검사'다. 인사검증을 책임져야 할 인사가 사실상 추후 자신이 모셔야 할 검찰총장을 검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제2의 '이기준 사태'?…"도대체 천성관 추천한 게 누구냐"
검찰총장 인사에서 '깜짝 카드'로 천 후보자를 추천했던 인사들이 함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시 22회인 천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는 '파격 인사'의 효과와 함께 '공안통'로 이름을 날린 인사의 중용으로 현정부의 '법치 드라이브' 속도내기, 그리고 충청권 다독이기 등 정치공학적 계산이 두루 작용했다. 그 만큼 여권으로선 '천성관 카드'는 묘수였던 셈이다.
그러나 천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관가 주변에선 "도대체 천성관을 추천한 게 누구냐"는 불만이 적지 않게 터져 나올만큼 상황이 역전됐다. 만약 천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부실 인사를 발탁한 검증라인도 연대 책임을 면키 어려워진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중인 지난 2005년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각종 논란에 휘말려 취임 사흘만에 낙마하자 그를 천거한 청와대 인사추천위 관계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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