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을 전격 재소환키로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행동 패턴에는 일정한 연관성이 감지됐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특검 대면 조사를 무산(8일)시킨 직후, 여섯 차례나 특검 소환 조사를 거부하던 최순실 씨는 지난 9일 갑자기 자진해 뇌물죄 관련 조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특검에 나간 최 씨는 그러나 일관되게 묵비권을 행사했고, 최 씨의 변호인은 특검팀의 질의 내용만 꼼꼼히 적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질문을 역추적해 특검의 의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9일은 원래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예정됐던 날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거부해 무산시킨 다음 날, 최 씨가 뇌물죄 수사 상황을 파악해 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최 씨와 박 대통령이 치밀하게 상황을 기획,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말과 행동을 맞추는 듯한 정황은 여러 차례 있었다. 최 씨는 지난 1월 25일 특검에 출석하면서 "특검은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여론전을 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은 명절을 앞두고 인터넷 개인방송 '정규재TV'에 출연해 "역어도 너무 엮었다"고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를 수사하는 특검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뇌물죄 수사는 박 대통령, 최순실, 삼성의 '3각 커넥션'이 핵심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의 그룹 승계를 도와줬고, 삼성은 최순실 씨 측에 수백억 원을 지원한 의혹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면, 삼성을 불법으로 지원한 박 대통령의 동기 자체가 설명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는 마치 약속한 듯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 문제를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서 최순실 씨가 고영태 씨와 불륜관계이며, 이같은 사적 다툼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 나온 '불륜설'은 최순실 씨의 범죄 사실을 두고 이뤄지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그대로 등장한다. 최 씨가 변호인을 통해 자신과 고 씨의 불륜 관계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 씨 본인이 스스로 법정에서 '나는 고영태와 불륜 관계'라는 것을 시사한 셈인데, 이는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 씨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달성'해야 할 어떤 목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특검의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 저지일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재소환' 카드를 내밀면서 박 대통령은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간 파악한 특검 수사 내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전격 재소환은 이처럼 다목적 포석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과 특검의 치열한 '기싸움'의 일환이기도 하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한 특검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입증이다.
특검은 지난 주말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또한 최 씨의 측근인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 전무를 조사해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위해 삼성을 압박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15일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비록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어찌됐든 최 씨를 소환해 한차례 조사를 마쳤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뇌물 수신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뇌물죄 입증을 위한 보강 수사도 일부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변화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