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겸 국무총리가 자신을 비판한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에게 '항의성 전화'를 한 사실을 10일 시인했다. 다만 국무총리로서 당 대변인에게 논평 내용에 문제 제기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개별적으로 여러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교안 권한 대행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의 질의에 "네. (전화를) 했다. 우리(국무총리실)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말씀 드렸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시인했다.
황영철 의원이 "(황교안 대행이 장제원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바른정당이 나에게 이렇게 대항할 것인가'라고 했죠?"라고 추궁하자, 황교안 대행은 "그간 추진해온 업무에 대한 의견을 나누려고 얘기한 것"이라고 답하며 빠져나갔다.
황영철 의원이 "총리에 대해 비판 논평을 낸 대변인에게 총리가 직접 전화해 개벌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게 옳은가?"라고 묻자, 황교안 대행은 "개별적으로 아는 분의 경우 편안하게 여러 얘기를 할 수 있다. 총리로서 대변인에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월 23일 황교한 대행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전반에 대한 구상을 밝혔는데,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대선용 행보'라는 의혹을 보내며 황 권한 대행에게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자 황교안 권한 대행은 즉시 장제원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논평이 장제원 의원의 생각인가, 논평을 장제원 의원이 직접 쓴 것이냐"라고 꾸짖듯이 말했다고 장제원 대변인이 폭로했다.
황 대행은 자신이 두드러기(담마진)로 군대를 면제받은 데 대해서도 "안 간 게 아니라, 아파서 못 갔다. 그게 죄라면 정말 안타까운 말씀"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이명박 정권 때도 대통령 본인, 국무총리가 다 군대를 안 갔다"고 지적하자 황 대행은 "아파서 도저히 할 수 없는데 '군대 가서 죽어라'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닌가"라고 옹호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태극기 집회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의 주장에는 "물론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쪽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이야기도 저희가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보수 단체의 '관제 시위'가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느냐는 이상돈 의원의 질문에는 "관에서 부당한 시위를 하라고 압력을 가해야 '관제 데모'일 텐데, 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뗐다.
태극기 집회가 '관제 데모'라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는 "동원해서 하기엔 쉽지 않은 정도의 규모가 모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목록에 들어간 자유총연맹이 오는 3월 1일 태극기 집회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 관제 시위가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다중이 모여서 집회, 시위를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것"이라고 옹호했다.
황교안 대행은 자신이 국회에 가면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으나,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마저 출석을 압박하자 이날 마지 못해 나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그렇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국회 출석도 어렵다는 분이 9일 새벽 구제역 A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회의 전까지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각하다"고 질타했고, 황 대행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관련 기사 : 벌써 '지지율 도취' 황교안?…국회 출석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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