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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논란, 왜 뜨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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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논란, 왜 뜨겁나?

[해설] "靑이 상장 지원"…"삼성물산 합병 '사후적 정당성' 부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을, 사후적으로 잠재우는 용도였다는 의혹 때문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 청와대 및 금융위원회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바이오시밀러 업체 대주주 된 까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한다.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만든 의약품(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드는 사업이다. 삼성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흔히 꼽히는 분야다. 이는 미래 가치가 높다는 뜻이므로, 주식 가격 역시 상승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는 지분 51%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등과 합병한 삼성물산은 삼성 그룹 지주회사 격이다. 삼성물산이 미래 가치가 높은 회사의 대주주라는 점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삼성 수뇌부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미래를 밝게 점친다는 뜻일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보장한다는 의미도 된다.

다른 면도 봐야 한다. 지금 논란이 된 건, 이 대목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 가치는 대개 인정한다. 따라서 주식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주식 가격이 확 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되나. 대주주인 삼성물산 주식 가격도 덩달아 뛴다.

2000년대 초 'e삼성'의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엔 인터넷 분야가 미래 유망 산업이었다. 당시 삼성은 인터넷 사업을 하는 'e삼성' 관련 주식 가격을 띄워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인터넷 산업의 거품이 예상보다 빨리 꺼지면서, 이 계획은 실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 "삼성물산 주가 띄워서 주주 불만 달래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2015년 7월에 이뤄졌다.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이 손해 보는 합병이었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손해를 감수했다. 대신,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장악 비용을 그만큼 아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2015년 합병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 국민연금은 손해라는 걸 알면서 합병을 지지했다. 민감한 결정에 앞서 열게끔 돼 있는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역시 생략했다. 이런 논란을 잠재울 유력한 방법은, 삼성물산의 주식 가격을 띄우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사업 분야는 대부분 전통 산업이다. 건설, 무역, 패션, 놀이동산 등인데, 미래 가치는 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물산이 투자한 미래 유망 기업의 역할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들 기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입었던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 그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오랜 논란 역시 흐지부지 된다. 단지 절차적 정당성 논란만 남는데,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이 만족한다면 큰 문제가 안 된다.

"청와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지난해 11월에 이뤄졌다. 예상대로 주가는 고공 행진을 했다. 하필, 이 무렵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이 다시 일어났는데, 삼성 측의 반박 논리 가운데 하나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련해줬다. 삼성물산 주가가 올랐으므로, 당시 합병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게다. 실제로 상당수 경제지 및 보수 언론이 이런 논조로 보도했다. 실제로 삼성물산 주가가 뛴 시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이 합병 이후에 손해를 봤다는 주장은 기각된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새로운 변곡점을 찍었다. 10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청와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상장을 도와줬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이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금융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 한 것도 안 전 수석의 진술을 토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상장 규정, 왜 고쳤나


특검팀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에 대해 '사후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이 한창이던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개정한 점에 주목한다. 그 덕분에 3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로직스의 상장이 가능했다는 것.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최종 승인한 것도 금융위원회다. 특검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진술은, 청와대가 금융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한편,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과정에서 금감위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바꾸지 않았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또는 코스닥 상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게다. 이런 경우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가격 상승으로 인한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국거래소와 코스닥 가운데 어디에 상장할지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의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삼성 입장에선 한국거래소 상장이 낫다는 의견이 시장에서 우세했었고, 결국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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