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덩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을 보고 그놈 참 신기하다 참 신기하다 감탄을 연거푸 했지만 그놈 청개구리를 제題하여 시조 한 수를 지어 볼려고 며칠을 끙끙거렸지만 끝내 짓지 못하였습니다. 그놈 청개구리 한 마리의 삶을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몇 겁劫을 두고 찬미할지라도 다 찬미할 수 없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습니다.

김재홍 |세상에서 제일 존귀한 것은 무엇일까? 돈일까, 권력일까, 명예일까?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 그것은 생명이라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낼수 있고, 또 돈으로 그것을 살 수가 있지만 대자연과 그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들만큼은 빚어낼 수가 없다.
인용시가 강조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재주가 아무리 신묘하다고 해도 인간이 어찌 청개구리 한 마리라도 자연의 본성 그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겠는가?
또한 사람들의 예술적인 재주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생명의 생명성을 어찌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것이다. ‘그놈 청개구리 한 마리의 삶을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몇 겁(劫)을 두고 찬미할지라도 다 찬미할 수 없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습니다’라는 결구 속에는 바로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 생명 그 자체이며, 그러기에 생명에 대해 외경과 사랑을 느끼고 최상의 가치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명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이고 생명사상이란 또한 무엇이던가? 생명이란 한마디로 살아있음 그 자체이고 살고자 하는 본능과 의지로서 생명의지를 지닌다. 그러기에 생명본능과 의지는 생명의 기본속성이자 존재원리에 해당한다.
이 점에서 생명사상이란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서로 공경하고 살고자하는 본능과 의지로서 생명의 본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서로 찬양함으로써 생명을 더욱 생명답게 살려가고자 하는 생각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용시에는 바로 이러한 생명사상이 사랑의 철학과 어울러 아름다운 생명사랑의 무늬결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시메일-61호」 2004. 10. 17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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