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이 앞장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2일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에게 전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비정규직 남용 억제, 정규직 전환이라는 법 취지를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불법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별 문제 없이 계약을 연장해오던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시한을 계기로 계약해지를 통보했을 뿐더러 통보 시한 역시 넘겼다는 것.
국회 사무처, 석연찮은 일방 해고
국회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은 지난달 30일 자로 고용기간 2년을 넘겼다. 현행법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1일부터는 무기(無期)계약 근로자가 됐다.
이들의 소속부서 인사담당자와 환노위 전문위원 등은 지난 23일 이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건의했고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일과 2일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근무했지만 국회는 지난 2일 오후 이들에게 뒤늦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3일자 <한국일보>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사무처는 "19명의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을 당초 2009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로 체결했기 때문에 별도의 의사표시 없으면 6월 30일자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해고 예고의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무처는 "2일자로 계약기간 만료를 통지 한 것은 6월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되었다는 사실관계의 확인행위이며, 7월 1일 이후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바 없으므로 법적으로 근로관계가 설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근로 의무 없는데 그냥 출근들 하고 있다"
'1일 0시를 기해 현행법대로라면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회 인사 담당자는 "그렇긴 한데, 30일자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되풀이했다.
'별도 통보가 없어서 기간제 노동자들이 1일과 2일에도 상급자의 지휘통제를 받으며 근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근로 의무는 없는데 용역을 제공했기에 판례에 따르면 상당한 댓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서 "그 기간이 길어지면 계약연장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해고 여부에 대한) 판단을 빨리 내리겠다"고 답했다.
그는 "평소엔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직무분석이 돼서 계약을 연장했는데 이번엔 늦어졌다"면서도 지난 23일 경 해당부서 담당자의 긍정적 의견서를 받고 직무분석을 한 사실은 시인했다. 그는 "이번엔 비정규법 개정 문제도 있고 해서 여러가지로 판단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돌발적 계약만료 통보와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 러시'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19명의 노동자들은 3일 현재도 출근을 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나오지 마라고 하거나, 출근을 막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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