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친노 진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와 유골 안치식 이후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 예상되는 이들은 2일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에서 '지방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토론회'로 신호탄을 쏘기로 했다.
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정진우 중앙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총선에서 낙선했던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를 물려받아 17대와 18대 총선에 연달아 도전했던 인사다.
정 위원은 1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49재를 계기로 부산에서 민주당과 구 열린우리당, 시민사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민주개혁 세력들이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협력하고 연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한나라당에 실망했지만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던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토론회에는 부산의 대표적 친노그룹인 '자치21'의 최종태 집행위원장, 김동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대변인, 김해몽 부산시민재단 사무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재인이 부산시장에 출마하면 판이 흔들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서거정국 전, 부산 친노 진영은 나름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면서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부산권의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인근 양산에서 오는 10월 치러질 국회의원 벌어질 예정인 10월 재보선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이다.
정 위원은 "당 지도부도 10월 양산 재보선을 내실 있게 치러보려는 생각이고 부산권에서 (민주당에 있는) 우리나 열린우리당을 했던 분들이나 다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이번 재보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개인적 경쟁력보다 집단적 경쟁력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산 재보선이 친노진영을 포함한 부산경남권 '개혁세력' 재결집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달30일 발매된 <시사IN>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시장이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허남식 현 시장에게만 6%포인트 뒤지고 권철현 주일대사, 서병수 의원 등 한나라당 예비후보군은 모두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부산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8%p다. 정치적 행보가 전혀없는 문 전 실장이 한나라당 인사들과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거나 앞서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정 위원은 "문 전 실장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을 때도 안 나왔는데 이번이라고 다르겠냐"면서 "안 하겠다는 사람을 괴롭히느니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분도 출마는 안 하시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의회도 중대선거구로 바꾸자
2일 열리는 토론회의 주제도 주목해볼 만하다. 광역의원 선거도 기초의원 선거처럼 중대선거구제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호남권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선호가 높지만 영남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이다. 한나라당 일당 체제나 마찬가지인 광역의회를 뚫기 위해선 중대선거구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토론회를 통해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 요구가 성사된다면 민주당과 부산, 경남지역의 친노세력은 물론 진보정당과 연결 고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 토론회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정가의 일정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확산된 부산경남권의 반MB 정서가 쉽사리 사그라들고 있지 않는 점 등이 주목해볼 대목이다.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부산의 한 인사는 "어차피 우리는 연대하고 연합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출신 당 밖 인사들은 물론이고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면서 "49재 이후를 주목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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