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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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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삼이면 다 될까?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주로 오장의 기가 부족할 때 쓰며 정신을 안정케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정신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 몸이 허하고 상한 것을 치료하고, 곽란으로 토하고 딸꾹질을 멎게 하며, 폐위로 고름을 뱉는 것을 치료하고 담을 삭인다."

효능을 보면 복용하기만 하면 현대인의 모든 건강 문제를 책임질 것만 같은 이 약초는 무엇일까요?

바로 삼(蔘)입니다. 신초(神草)로도 불린다는 기록처럼 정말 좋은 효능을 많이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환자 중에도 삼을 먹고 있다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본인이 먹고, 아이도 먹이고, 부모님께도 드립니다.. 삼 사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삼을 복용한 분이 모두 좋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입맛이 좋아지고 피로도 덜하고 감기도 덜 걸린다는 분이 있는 반면, 별로 좋아진 것은 없지만 몸에 좋다고 하고 비싸게 주고 샀으니 아까워서 먹는다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삼을 먹은 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도 아파 다른 사람 줬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삼의 효능을 과대평가하거나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기록된 효능을 분석해 보면, 삼은 장부로는 위와 폐에 작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흡수해서 만들어진 영양이 위로 올라가 폐에서 천기(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와 만나 온 몸을 순환하면서 몸을 자양한다고 봅니다. 삼의 효능은 주로 이 기전을 활성화하는데서 비롯됩니다.

먹는 것이 부실하고 운동도 부족한 상태에서 기운의 소모는 많이 일어나는 상태, 위와 폐의 기운이 허해서 뱃심과 패기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늘 피곤하고 추위를 잘 타며 몸도 마음도 펼치지 못하고 위축된 경우에 적합합니다. 이렇게 보면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삼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먹으면 좋은 것으로 오해를 샀겠지요.

하지만 삼이 모든 허한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다양한 약초나 처방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요. 여타의 모든 약초처럼 삼도 분명한 한계가 있고, 심지어 써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삼은 폐의 화를 동하게 하므로 피를 토하거나 오래된 해수증 환자, 얼굴이 검고 기가 실한 사람, 혈과 음이 허한 사람에게는 써서는 안 된다. 이때는 사삼을 대신 쓴다. 여름에는 적게 써야 한다. 여름에 많이 먹으면 명치 아래가 그득하고 아픈 증상이 생긴다."

위에서 폐로 올라가는 기의 흐름이 약해진 이유가 단지 부족함이 아니라 그 경로에 어떤 힘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속내는 완전 다릅니다. 이 때 삼을 쓰면 막혀서 몰린 증상을 더 가중시켜 도리어 몸이 상합니다. 위로 열이 몰린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삼을 먹었더니 가슴이 답답하고 피부에 발적이 생기고 머리가 아프다는 분이 있는데, 기가 흐를 길이 막힌 곳에 더 부어주기만 하니 탈이 날 수밖에요.

현대인은 과로의 문제만큼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반응으로 기의 소통이 안 되고 화가 쌓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 삼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경우입니다.

건강에는 음과 양의 균형이 가장 중요한데, 음혈이 부족한 상태에서 삼으로 양기만을 보하면 냉각수가 부족한 자동차가 엔진이 과열되는 것처럼 병이 중해집니다. 같은 원리로 무더운 여름에 삼을 과하게 먹으면 양의 기운이 과해 탈이 나고요.

특정한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듯, 만병에 좋은 약이란 없습니다. 삼 열풍의 이면에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한 가지로 뚝딱! 편하게 문제를 해결하고픈 마음과 이를 잘 이용하는 산업의 논리가 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삼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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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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