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지난 3일 고흥문화회관 김연수실에서 개최한 고흥분청사기 국제학술대회에서 운대리 분청사기의 일본 수출설이 등장해 학계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에 따르면, 고흥분청사기 국제학술대회에는 한중일 분청사기 대표학자 20여 명과 도자박물관 연구원, 도예가, 도예전공 학생,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핵심 논제인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요지는 분청사기의 문양을 표현하는 7가지(인화, 상감, 조화, 박지, 철화, 귀얄, 분장) 기법이 모두 출토된 국내 최초 도요지로, 고려초기 청자에서부터 분청사기의 출현과 쇠퇴, 그리고 백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도자사의 모든 과정과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학술적,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이날 대회는 국내외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여 자리를 빛냈다. 국내에서는 한국 도자사의 최고권위자인 강경숙 前 충북대 교수를 좌장으로, 문화재청 감정관인 박경자, 박형순 선생이 발표자로 나섰다.
국외에서는 진대수(북경대) 교수를 비롯해 아라끼 카즈노리(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교수, 이스자끼 야수유키(야마구찌현립 추미술관) 학예과장, 이사자와 유꼬(오도미술관) 연구원 등이 발표자로 나서 한중일 대표학자가 참여한 품격 있는 대회로 진행됐다.
또한 분청사기 학계의 최대 관심사인 운대리 분청사기의 유통 및 대수출 경로, 운대리 집단도요지의 생성 배경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어느 때보다 수준 높은 대회였다는 평이다.
특히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아리끼 카즈노리’ 교수는 당시 일본에서 ‘고려다완’이라 불렸던 분청사기를 고흥 부근 기항지에서 일본에 수출했을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해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몇몇 학자들은 일본인 사신 또는 전문적인 수출상인들이 직접 일본으로 유통시켰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 부분을 차기 국제학술대회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재)민족문화유산연구원의 한성욱 원장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인 학자 일부는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고흥 운대리 지역에 분청사기 도요지와 도공이 집단으로 형성된 원인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는 기존 청자 생산단지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탓에 생산재료 공급마저 원활하지 못한 데다 조선건국과 함께 억불숭유 정책 영향으로 청자 가마터가 쇠퇴해 지면서부터 도자기 생산 자원이 풍부한 새로운 환경에서 대규모 도요 단지가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정치적 입장에서 운대리 도요지 집단 형성 원인을 찾았다.
이번 운대리 도요지 형성 원인 분석은 일본과 가까우면서 기온도 따뜻하고 해로를 끼고 있으며, 땔감나무, 고령토, 백토 등 도자기 생산 물산마저 풍부한 고흥 운대리 지역이 분청사기의 짧은 역사 속에서도 대규모 생산단지가 들어서게 되었다는 주장이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중국 북경대 고고문박학원 진대수 교수는 “분청사기는 꾸밈이 없으면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도자기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것을 금상첨화라고 부른다”는 극찬을 했다.
학술대회 토론회를 좌장을 맡은 전 충북대 강경숙 교수는 “분청사기와 관련된 학술대회에 이처럼 국내외에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만큼 운대리에 대한 분청사기 학자들의 관심이 높고, 오늘 발표되고 토론된 주제들이 학계의 관심사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한중일 학자들은 학술대회 후 5일 동안 운대리분청사기 가마터와 올해 개관 예정인 분청문화박물관을 탐방하고, 국립목포해양유물전시관을 방문해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마도4호선’ 분청사기 유물을 돌아보고 운대리 분청사기와 비교하는 시간 등을 가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그동안 운대리 7호와 14호 가마의 발굴조사를 통해 보고된 연구들의 성과를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분청사기 연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고흥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며 “향후 4번째 대회는 내용을 더욱더 알차게 기획해 명실상부한 분청사기 성지 ‘고흥’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하는 국제적인 대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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