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10년째 되는 해였다. 저출산 관련 예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80조 원 넘게 투입됐다. 10년간 연평균 8조 원씩 투입된 셈인데, 하필이면 10년째에 역대 최저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2005년 출생아 수 43만 5000명을 기점으로 몇 년간 점증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월별 출생아수는 1월부터 12월까지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전국의 모든 광역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11월은 전년의 같은 달에 비해 13.9%나 줄었다.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촛불로 지새운 밤'으로 점철된 4/4분기는 공교롭게도 역대급 저출산을 기록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가 "한국의 촛불집회는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표출된 경제 사건"이라고 했는데, '정치는 경제의 집약적 표현'이란 관점에서 보면 일리가 있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정자들과 재벌 총수들의 '권력 사유화'와 '탐욕'에 대한 저항의 기저에는 사회경제적 적폐와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었을 것이다.
젊은 여성(25세~34세)이 평균 320만 명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향후 10년의 출생아 수는 장래 인구구성에 불가역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 추세라면, 이 기간에 학령인구가 892만 명(2015년)에서 708만 명(2025년)으로 줄어든다. 특히 대학생은 90만 명가량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에 달한 올해까지는 인구밀집 국가에서 저출산이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기존 세대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출산율'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20조 원이 넘고, 국민연금기금이 540조 원 넘게 적립된 것은 인구 구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10대 재벌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이 550조 원을 넘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초저출산이 회복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구조화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정부가 상반기 중으로 지난 10년의 저출산 대책을 심층 분석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는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다.
그동안 주요대책으로 양육비·양육시설·아동수당 등을 통한 출산 및 보육 지원, 20대~30대의 경제적 자립과 결혼 지원을 위한 대학등록금·주택·일자리 지원,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개선대책 등이 거론됐지만, 양육비 보조 말고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그나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무상급식과 양육비 지원을 놓고 이념 논쟁과 예산 충돌을 감행한 것은 젊은 세대, 특히 아이를 낳는 주체인 여성들에게 잠재적으로 '정신적 테러'에 가까웠다.
스웨덴의 보건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한국의 양성평등은 스웨덴에 50년 뒤졌다"고 할 정도로 가정과 일의 양립이 요원한 현실을 변화시킬 담대한 국가 비전이 없다면, 차기 정부인들 5년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역대 최저 출생아 수는 누구의 책임인가? 앞으로 20대에게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미혼여성과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에게 어떤 획기적 환경변화를 가져다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앞으로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정치기획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그리고 국민연금 등의 사회책임투자(SRI)가 차지하는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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