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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고성 "아니, 난 미친놈이라고 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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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고성 "아니, 난 미친놈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직접 신문, "왜 녹음했냐" 혈안

"아니, 그날 누구 전화기로 녹음을 한 거예요. 고영태가 자기 차에 놓고 온다고 했는데."
"제 주머니에 있는 녹음기로 한 겁니다."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녹음하려고?"
"본인이 나를 미친놈으로 하니까!"
"아니, 나는 미친놈이라고 한 적 없어요!"

최순실 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9차 공판에서 검찰이 최 씨와 이 전 총장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후였다.

최 씨는 이 전 총장이 자신을 협박할 목적으로 일부러 녹음했다며 비난했고, 이 전 총장은 당시 최 씨가 재단과 관련된 책임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게 떠넘기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녹음 파일은 지난해 7월 미르재단 관련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만들어졌다.

이 전 총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초중순경, 그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로부터 '회장님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이 전 총장이 고 전 이사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서울 서초구 잠원 근처 한강 변 주차장. 이 전 총장은 최 씨가 있던 SUV 차량에 탑승해 최 씨와 은밀히 대화를 나눴다. 고 전 이사는 당시 녹음할 우려가 있다며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미리 옷 주머니에 넣어놓은 녹음기로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 검찰은 이날 해당 녹음 파일 6개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최 씨가 미르재단 관련해서 차은택한테 전부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사회를 통해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고 해야 언론에서 문제 삼지 못한다고 회유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이 전 총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해당 파일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녹음 파일 가운데에는 최 씨가 "그러니까 차 감독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잖아", "차은택은 물러나 있으면서 자기는 선량한 사람 되면서…. 자꾸 만들어가는 거잖아", "사무총장님이 어정쩡하게 하니까 문제가"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이 전 총장은 어느 순간부터 최 씨와 차 전 단장과의 통화, 대화 등을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최 씨와 차 전 단장을) 신뢰할 수 없어서 녹음하게 됐다"며 "사업이 사업계획 없이 진행됐다고 느꼈다"고 했다.

최 씨는 이 전 총장을 비롯한 국정 농단 사태를 고발한 이들이 자신을 협박하기 위해 녹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장은 최 씨를 협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단 사무총장이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재단 운영에 관해 책임을 지게 될까 봐 대비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최 씨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크게 분노하며 재판부에 직접 신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건 너무 억울하다"며 "전화기를 다 없애고 만난 건데 그날 누구 전화기로 녹음을 한 거냐. 고영태가 자기 차에 (휴대전화) 놓고 온다고 했는데 누구 녹음기로 했느냐"라며 추궁했다. 이 전 총장이 "제 주머니에 있는 녹음기로 했다"고 답하자 최 씨는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녹음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에 이 전 총장은 "본인이 나를 (언론에 대고) 미친놈으로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최 씨 또한 목청을 높이며 "미친놈이라고 한 적 없다"고 맞받아쳤다.

최 씨는 이어 "당시 이 전 총장이 차 씨와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사이가 나빠져서 차 씨가 김 전 부총장을 밀어낸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이 전 총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안종범한테서 직위해제 연락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

이 전 총장은 이날 최 씨뿐 아니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도 압박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총장이 직접 작성한 '반성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성문(각서)'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에는 "미르 관련 어떠한 정보도 유출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현재의 어려움이 저로부터 시작된 점을 사과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전 총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게 맞다며, 자신이 한 언론 인터뷰 때문에 안 전 수석이 궁지에 몰려 더 이상 녹음파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이 각서를 안 전 수석에게 직접 건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검찰이 안 전 수석 휴대전화에서 해당 문건을 발견했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도중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사임을 종용하는 취지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인지했다"면서 "경제수석이 전화해서 그런 취지로 발언하면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재단 관련 내용을 폭로할 수도 있다고 보여 쫓아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은 평소 안 전 수석을 '안 선생'으로, 최 씨를 '보스' 또는 '회장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선생님'이란 호칭은 '테스타로사'에서 회의했을 때 여러 차례 쓰였으며, '보스'는 차 전 단장이 쓴 호칭을 따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씨가 (재단을) 직접 운영했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최종 결정을 최순실이 했다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내규도 무시하고 재단에 융자청와대 주도 인지"

이 전 총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재단에 사무실 임대 등으로 1억9300만 원을 빌려준 데 대해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르재단은 2015년 말 전경련으로부터 사무실 계약금 3000만 원을 포함해 1억9300만 원을 빌렸다. 이 전 총장은 "미르재단이 청와대가 주도한 게 아니라 일반 민간 재단이라면 전경련이 빌려주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검찰의 질문에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해 그냥 전경련이 빌려주는구나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내규에도 이렇게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 비슷한 것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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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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