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

김재홍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잘 되면 다 내 덕이고, 못되면 다 네 탓. 남의 탓이라고 떠밀지 않는가.
그만큼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결여한 채 막무가내로 ‘나’만을 고집하고 우기면서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인간 상실 시대의 모습인 것이다.
이 점에서 “무슨 죄가 많았을까/벼락 맞을 놈은 바로 난데”라는 자기반성의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야말로 소중한 가치 덕목이 아닐 수 없으리라.
실상 이러한 자아 성찰의 부끄러움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하는 윤동주의 기독교적인 자아 성찰과도 연결되는 것이라 하겠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마을 사람들은 해 떠오르는 쪽으로/중들은 해 지는 쪽으로/죽자사자 걸어만 간다//한 걸음/안 되는 한뉘/가도 가도 제 자리/걸음인데”(「제자리걸음」전문)라는 시에서 보듯이 모든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으로서 三毒을 버리고 정신의 해탈 속에서 양심과 자유에의 길을 가려하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속세를 살아가면서 온갖 괴로움과 부끄러움에 뒤채일 수밖에 없을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스님, 달마는 서쪽으로 모든 것을 버리러 가야 하는 것이 본도인데 사바 세상에 육신을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온갖 번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는 뜻이다.
이점에서 시인의 길은 바로 스님과 같은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출처 | 『새국어생활』, 제18권 1호, 「구도의 시 깨침의 시」에서 발췌, 국립국어원, 2008. 봄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