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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개탄, 미국도 '최순실'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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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개탄, 미국도 '최순실'이 지배한다?

'미국판 일베'로 불리는 배넌. '사실상 대통령'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사실상 대통령'으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목하는 사설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 사설 제목은 아예 '배넌 대통령?(President Bannon?)'이다.(☞원문 보기)

사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한 뒤 불과 1주일 만에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시킨 배후의 인물도 배넌이다. 사설은 "과거에도 대통령 뒤에서 조용하게 정책을 주도한 보좌진들이 있었다. 하지만 배넌처럼 막가파식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윗사람으로 알려진 대통령의 입장이나 그나마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량에 이렇게 신속하게 엄청난 훼손을 가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신문은 배넌이 지난 대선 트럼프 캠프에서부터 이런 영향력을 발휘해온 인물이며, 그가 백악관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 작태를 벌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할지는 몰랐다고 적었다.


▲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지난 31일 사이버안보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배넌, 대통령 조정하는 최면술사 넘어 사실상 대통령"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멕시코 국경에 그야말로 물리적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유대인이 겪은 홀로코스트의 비극도 부정하고, 무슬림에 대한 반이민 강경책을 취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멕시코인과 유대인과 무슬림을 이렇게 신속하게 배제하는 정책을 단행한 속도가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문은 트럼프가 지난달 21일 국가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정치화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함으로써, 배넌은 단순히 스벵갈리(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에 등장하는 최면술사로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정한다. 편집자 주)가 아니라, '사실상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배넌을 국가안보회의(NSC)의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전례 없는 조치가 포함됐다. NSC 상임위원은 국무장관과 국방부 장관 등 최고위 관료들이 임명되는 자리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역대 정부에서 국가안보정책에 참여한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조슈아 볼턴은 국가안보정책을 정치와 분리시키기 위해 부시의 정치 참모로 유명한 칼 로브가 NSC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풍부한 외교정책 보좌관으로서의 경력이 있어 NSC 회의에 일부 참석한 사례는 있지만, 그는 옵서버였지 NSC 상임위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트럼프는 배넌을 핵심 고위관료들만 모여 훨씬 자주 만나 'NSC 이너서클'로 불리는 '프린시펄 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했다. 반면 역대 정부에서는 이 이너서클 멤버였던 국가정보국(DNI,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최고정보기관) 국장과 합참의장은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고 전문성이 인정되는 안건을 다루는 회의'에만 참석이 허용되는 비상임멤버로 격하됐다.

<뉴욕타임스>는 "도대체 정보기관과 군부가 참여할 필요가 없는 국가안보 협의라는 게 있을 수 있나"라면서 비상식적 인사조치에 경악했다.

배넌이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행보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배넌은 이미 중장 출신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도 정책 결정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슬림에 대한 반이민 강경책도 주무부처인 국토안보국, 심지어 NSC도 협의 대상에서 배제한 채 전광석화처럼 발동되는 과정도 배넌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는 반이민 정책 발령 후 뒤늦게 일부 수정하고, 국제적 분노를 촉발시켰다"면서 "이 정책의 난맥상은 트럼프가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그저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가 취임 후 보여준 첫 정책 결정 과정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국내 정치를 넘어 초래될 2차, 3차의 영향까지 고려할 역량을 가진 보좌관들이 필요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향후 '미국판 최순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등 위기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가 사태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 '수석 정치 선동가' 배넌에게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찹의장 같은 보다 사려있고 경험 있는 몇 안 되는 참모에게 의견을 구할 것인가"라고 사설을 맺었다.

'미국판 일베'로 불리는 극우성향 사이트 브레이트바트뉴스를 운영하던 배넌은 이미 그나마 공화당을 점령한 트럼프를 '공화당' 이념에서 견제할 인물로 알려진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존재감도 '무력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언론들은 트럼프 정부가 배넌과 '좀 더 유식한 배넌'으로 불리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가 사실상 트럼프 정부를 주도할 세력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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