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직후인 31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내놨다. 개헌 추진을 매개로 한 협의체 구성 제안이 골자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촛불집회를 겨냥해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간담회에서 "광장의 민심으로 표현되는 국민들의 여망은, 이제까지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인 적폐를 확 바꾸라는 것"이라면서도 "또 지나면서 보니까 광장의 민심이 초기에 순수한 뜻보다는 좀 변질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다른 요구도 많이 나온다. 그런 면은 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좀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촛불 민심이 변했다는 건 어떤 것을 말하는가'라고 되묻자 그는 "여러 플래카드나 구호나 이런 게 좀 제 생각에는 다르다"며 "저는 (집회 현장에) 가 보지는 않았으나 TV 화면이나 이런 것이 달라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촛불집회와 관련 "그 함성, 분노, 이런 것이 다 전달이 되고, 현직 대통령이 불행하게도 탄핵 소추까지 받는, 그것은 참 우리 민족의 비극"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 씨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터뷰를 한 데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언론 인터뷰를 한 데 대해 공당 대표들이 비판 성명을 낸 것을 저도 봤다. 제가 거기에 대해서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진 않았다"면서도 "그런 것이 지금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바람직스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개헌이라는) 대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정파 대표들로 '개헌 추진 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이 협의체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일 평택 해군 2함대 방문시와, 지난 25일 "개헌은 대통령 선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나온 제안이다.
그는 "분권형 (권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회와 대통령이 같은 시기에 출발해야 한다"며 "총선과 대선 시기가 맞지 않아 빚어진 많은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에 동시 출마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과 그 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는 개헌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며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의지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권교체' 뒤에 숨은 패권 추구 욕망을 더 이상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개헌을 매개로 한 '빅 텐트' 구상을 실현하기에는 그 중심이 될 반 전 총장 자신의 지지율이 너무 낮은 상황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자 그는 "지지율 부족과 개헌 추진 협의체는 별개 사안"이라며 "지지율이란 것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이다. 몇 년 간에 걸쳐 주시해 보면 상당히 많이 변한다. 앞으로 제가 하는 데 따라서 국민들의 신임 여부, 지지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제가 20여 일 (국내에) 있으면서 느낀 게, 우리가 내외적으로 많은 위기에 처했는데 이것에 불감증이 있는 것 같다"며 "서울에 있다 보니 제 자신도 그런 데 함몰되는 게 느껴져서 '이러면 안 되겠다.누군가는 국민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언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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