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의 평균 수명이 3.1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자영업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음식점 등 자영업 위기는 계속 심화될 전망이다.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흔히 고르는 창업 아이템이 치킨집 등 음식점이다. 직장에서 퇴출 압력을 받는 이들에겐 불안한 소식이다.
대출금리 0.1%오르면, 음식점 폐업 위험은 10.6% 뛴다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자영업 업종별 평균 수명을 계산한 결과 음식점 및 숙박업은 3.1년, 도·소매업은 5.2년,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은 5.1년이라고 발표했다. 음식점 등을 창업했을 경우 평균 3.1년 정도 버티다가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윤미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전국 사업체 조사' 자료를 사용해 연 71만~81만개 업체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체의 폐업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인구 변화, 1인당 소득, 소비자물가지수, 임대료, 대출금리, 동종 업체 수, 업력(業歷), 노동자 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등이다. 이 가운데 대출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컸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음식·숙박업의 폐업 위험도는 10.6%포인트 높아지고 기타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은 각각 7.5%포인트, 7%포인트 증가했다. 금리 상승은 자영업자에게 이중의 부담이 된다. 한편으론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 다른 한편으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효과가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비용은 느는데 매출은 줄어든다.
음식점 및 숙박업이 환경 변화에 가장 예민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신규대출 기준으로 지난해 7월 3.53%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말에는 3.77%를 기록했다. 6개월 동안 0.24%포인트 오른 셈이다.
임대료의 경우 현재 수준에서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대부분의 자영업종에서 1.5%포인트 정도 폐업 확률을 높였다.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연도별 증가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폐업 확률이 3.2~3.6%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읍면동 단위에서 동종 업체수가 늘어나면 늘수록 폐업 확률도 높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한 단위 증가할 때 폐업 위험도는 53~54%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및 숙박업은 앞서 열거한 요인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영업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 부연구위원은 "음식점 및 숙박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데다 경쟁업체의 증가에 폐업 확률을 높아지는 효과도 가장 컸다"며 "자영업체 가운데 생존 확률이 가장 낮고 생존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창업 지원, 다른 편으론 진입 규제"…정부 정책 엇박자
전체 자영업에서 도·소매업은 28%, 음식·숙박업은 22%, 기타 서비스업은 10%의 비중을 차지한다.
자영업이 국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2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보고서가 지적했듯, 자영업종의 수명이 짧아서 해당 종사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문제는 정부 정책마저 서로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한편에선 자영업 창업을 지원한다. 다른 편에선 자영업 진입 제한 정책을 쓴다. 전자는 기업과 공공 부문이 고용하지 못하는 인력을 위한 대책이다. 후자는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다. 목적이 상충하는 정책이 공존하는 셈이다.
남 부연구위원 역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체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지역경기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비용 경감을 지원하고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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