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이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른바 강성대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경제적으로나 다른 면에서 대국을 만들기보다는 핵으로 강국을 만들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WSJ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신문으로,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한국의 불도저, 백악관으로(South Korea's Bulldozer Heads for the White Hous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뤘다.
"북한의 3대 세습…한반도 전체에 도움되겠나"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북핵 등 안보관련 이슈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인터뷰에서도 대부분 북한과 관련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북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으로 핵전쟁까지는 안 일어날지 모르지만, 자칫 잘문하면 소형 핵무기를 통한 핵 테러의 위협은 더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달 25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앞서 이 대통령이 상황 보고를 받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그의 아들 김정운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3대까지 이렇게 대를 잇는 것이 북한을 위해서나 한반도 전체를 위해서 도움이 되겠는지 그런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그곳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도 조금은 피해를 보겠지만, 4만 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복관계가 악화일로를 내달리면서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 파장을 '조금의 피해'라고 표현한 것. 동시에 북한 역시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최근 한 개성공단 업체가 철수를 결정한 일을 두고도 이 대통령은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민간기업이 떠난다고 결정한다면, 정부는 막을 수 없다"며 "민간기업의 결정에 정부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6자회담 체제로 北은 시간 벌어"…北 빼고 5자회담 하자?
특히 이 대통령은 기존의 "북한은 6자회담 체제를 통해 시간을 활용했다"며 "결정적인 이야기는 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6자회담 테이블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러 가지 조치를 5개국이 모여 함께 의논해야 한다. 이 점을 오바마 대통령과 이번 회담에서 제안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논의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인 셈.
"6자회담 참가국 중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 민주주의 국가가 중국에 보다 강력하게 압박을 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중국이 과거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답했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선 "(과거 정부들은 이를 거론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저해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이 자체 핵 억지력 개발을 고려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웃으며 "내가 '예스'라고 대답하기를 원한 것 같지만 현 시점에서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미국 순방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매시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자유와 정의를 위해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치를 지키려는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WSJ "반미감정 부추긴 김대중·노무현…MB 업적은 '北인권' 침묵깬 것"
이 신문은 이날 이 대통령과 그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극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 최대 업적 중의 하나는 과거 한국 정부의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불명예스런 침묵을 깬 것"이라고 소개하는 동시에 "야당 정치인들은 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북한의 행동을 그의 탓으로 돌리길 좋아하지만, 북한의 군국주의화는 이 대통령으로 말미암은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방어 논리를 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지도자들은 과거 10여 년 동안 김정일 정권에 수십 억 달러의 현금과 지원을 그 용도에 대한 검증 없이 제공해 왔고, 대규모의 북한 인권침해를 도외시해 왔으며, 결국 아무런 가시적 결과를 배출하지 못한 다자외교 프로세스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의 정보망을 고사시키고 반미감정을 부추겨 왔다"고 정면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어 신문은 오는 16일 한미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다음 주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미가 북한 주민의 권리와 관련해 얼마나 공조할 수 있을지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이 신문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10일 사설을 통해 "오바마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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