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6일 '정의로운 세상, 용감한 개혁'이란 구호와 함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프레임을 짰다. 이론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양쪽을 견인할 수 있는 틀이지만, 대선후보로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이다.
유 의원은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에 발탁된 후 줄곧 한나라당·새누리당·바른정당이라는 보수 정당 안에서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당 정치를 꾀해 왔다.
보수 정당 안에서도 개혁과 분배 이슈를 과감하게 제기하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치 않은 대표적인 '소신파' 의원이다.
걸어온 길로는 TK(대구·경북) 출신 정통 보수 정치인이면서도 '여당 내 야당'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탓에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화살을 받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남다른 역경의 길을 지나오기도 했다.
그런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지지자 1000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대통령이 되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행사장에는 근래 공개적 활동을 하지 않아 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참석했다.
과거 유 의원을 정계에 입문토록 했던 이 총재는, 전날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이 자리에서 유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11조 철저히 지켜질 것"
유 의원의 이날 "정의와 법치가 살아 있는 나라, 공정과 평등이 지켜지는 나라는 만들겠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는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이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도록 근본적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르·K 스포츠 같은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의 팔을 비틀어 국민의 싸지돈으로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비리도 없을 것"이라며 "재벌 총수와 경영진이 저지른 불법에 대한 사면 복권도 없을 것"이라고도 못 박았다.
유 의원은 "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며 '경제·안보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에서 일했던 경제 전문가이며, 국회에서는 국방위원회에서 8년 활동했다.
성장력 확보를 위한 저출산 문제 해결과, 정의로운 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복지·노동·교육·보육·주택·의료 분야에서의 "과감한 개혁"도 공약했다.
앞서 유 의원은 바른정당 1호 법안의 하나로 '육아휴직 3년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육아휴직 3년하자"…'유승민법' 나왔다, 유승민 "혁신 가로막는 재벌 개혁할 리더십 필요")
그는 이날에도 "과거 기업의 성공을 위해 근로자 개인이 희생을 했다면 이제는 근로자 개인의 행복을 위해 기업이 부담을 나눠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많은 대통령 후보 중 경제 전문가는 제가 유일하다"며 "우리 경제가 20년 전 IMF 위기와 같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개혁, 대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확연한 강경 보수파다. "불안하고 무책임한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사드·킬체인 포함한 억지력 방위력 구축 △힘의 우위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한반도 비핵화 언급하며 "저는 안보 문제 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어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 분노에만 기대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대통령 선거는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회창 "실력·내공 가진 유승민이 대통령 돼야"
유 의원은 출마 선언 후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 응답에서는 답보 상태에 빠진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도덕성과 정책 검증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대선 후보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우리 고통에 대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분명히 말씀하셔야 한다"며 "우리 바른정당에 들어와서 당당하게 경선을 치르겠다면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다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정규재 TV'에 출연한 것을 두고는 "저 같으면 검찰, 특검, 헌재에 나가서 법적 핵심 쟁점에 대해 진실 여부를 말하겠다. 이것이 떳떳한 태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 또한 최순실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야당의 그런 공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가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할 때 최순실이 그런 농단을 부리는 줄 알았으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여러 계기로 여러 듣기 불편한 말을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했다"며 "제가 조금 더 알아내고 더 세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보수 진영, 특히 새누리당 일각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기 대선 주자로 고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적으로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분이 출마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또 만들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를 못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 연휴가 지나면 새누리당에서 바른 정당으로 합류할 의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출마 선언 현장에는 이회창 총재와 함께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 정병국 대표, 오세훈 최고위원,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국민의당에서는 정동영·이상돈 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유 의원을 제가 정치에 끌어들였다"며 마이크를 잡은 이 전 총재는 "다음 대통령은 유일하게 실력과 내공을 가진 유 의원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라며 강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 전 총재는 특히 "지난번에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유 의원을 매도하고 결국 원내대표 직에서 떠나게 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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