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태백산 꼭대기에 올라 "정상에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국면에서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던 이 전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6.10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로 10일 새벽 지역구 관계자들과 함께 태백산 천제단에 오른 이 전 최고위원은 "정상에 오를 때는 정상이 보이지 않지만 올라야 한다"며 "일단 정상에 오르면 다른 사람을 위해 내려가야 하며, 권력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도 하산이 중요하다'는 식의 발언은 대체로 집권 후반기 마무리를 강조할 때 나오는 발언이다. 예컨대 참여정부 후반기 이른바 '하산준비론'에 대해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아직 등산은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 발언의 진의는 불투명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일년이 조금 넘은 현 시점에서 미묘한 울림을 낳고 있는 것.
총선 패배 이후 미국에서 머물다 돌아온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는 희생양이었다"는 글을 올리며 정치활동에 시동을 거는가 했다.
하지만 조기전대-쇄신 논란 와중에 이른바 이재오계 인사들이 강하게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오 조기 복귀를 위한 길 닦기 아니냐"는 반발이 거셌다.
어쨌든 이상득 의원이 주춤하는 사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원내대표,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소장 등 한나라당 요직을 모두 틀어쥐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잠행'이 무작정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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