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진단했다. "주류측이 자기 쇄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전당대회에)박근혜 전 대표의 참여 등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음모로 보는 친박 진영의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며 "진정한 국정 쇄신이 먼저 돼야 하고 전당대회는 그 뒤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오래 가나 싶었다. 언행일치, 자기희생의 각오가 이번에는 견지되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 달 뒤인 6월 5일 원희룡 의원은 말을 바꾸었다. "쇄신특위의 첫 번째 목표는 청와대의 변화이고, 당도 스스로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례적으로 한 마디 걸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당 지도부가 먼저 용단을 내리고 책임을 짐으로써 쇄신의 앞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 달 사이에 선과 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곤 물러섰다. 모든 것을 걸겠다더니 박희태 대표의 '대화합' 한 마디를 꺼내자마자 원위치 했다. 당의 대화합을 위해 박근혜(계)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박희태 대표의 말을 환영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 달 전 자신이 스스로 '음모' 소지가 있다고 했던 방안을 자발적으로 추인한 것이다.
쇄신파의 리더라는 사람이 보인 행적이 이렇다. 언행을 일치시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보인 족적이 이렇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식의 자세로 일관한다.
▲ 쇄신 특위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는 원 위원장. ⓒ원희룡 의원 홈페이지 |
어쩌면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닌지 모른다. 지금은 국회의장이 된 김형오 의원의 4년 전 '자기비판'에 따르면 원희룡 의원의 행적은 '정상'인지 모른다. 원희룡 의원 본인이 가장 '한나라당스러운' 인물인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5년, 김형오 당시 의원이 분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신성분'을 토대로 당의 체질을 규정했다. 뼈대가 이랬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는 고연령층에 서울대와 법조계· 학계· 관계 출신으로 '책상형' 의원이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한나라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야성의 상실, 헝그리 정신 부족, 성장엔진 부재, 웰빙정당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김형오 의원이 진단 대상으로 삼은 '한나라당'을 '원희룡 의원'으로 대체해도 결론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보인 모습, 그리고 '쇄신'을 입에 올린 최근 한 달여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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