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쇄신파가 활동을 중단했다. "대화합을 위해 직을 걸겠다. 그렇게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희태 대표의 말 한마디에 좋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 또는 박근혜계 인물을 새 대표로 올리는 데 진력을 다 하겠다는 박희태 대표의 말 한마디에 6월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짧은 장면에 모든 게 담겼다. 쇄신파가 왜 당 지도부 개편에 올인 했는지, 왜 이명박계 수도권 의원들이 쇄신에 목을 맸는지 그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 박근혜 전 대표는 침묵모드다ⓒ인터넷사진기자단 |
살기 위해서다. 출렁이는 수도권 표심에 휩쓸리면 익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구명보트에 올라타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여인'으로 통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을 한다고 해서 국정쇄신에 모터가 달린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쇄신을 한다고 해서 티가 난다고, 등 돌린 민심이 돌아앉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쇄신을 시작한 이유이고, 이게 쇄신을 통해 얻으려는 결과다. 장사가 안 돼 쇄신을 시작했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간판 바꿔달기다.
헌데 어쩌랴.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표는 생각이 없다. 밉다곱다 아예 말 한마디 없다. 흐르는 건 냉기이고 거두는 건 눈길이다. 아예 관심이 없다.
그럴 만도 하다. 이명박계는 당권을 선물로 주겠다고 하지만 거기에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믿을 수가 없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내친 다음에 마음이 켕겨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를 내밀었다가 보기 좋게 퇴짜 맞은 적이 있지 않은가. 이명박계가 당 지분을 다수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권을 쥐어봤자 그건 의결권 없는 주식에 불과하고 자신은 '바지사장'에 머물지 모르는 일이다.
대화합을 향한 대전환은 기대할 일이 못 된다. 6월말은 변곡점일 뿐이다. 애정이 미움이 되고 사랑이 전쟁이 되는 전환점일 뿐이다.
사정이 그렇다. 6월말이 됐는데도 박희태 대표가 박근혜(계) 추대에 실패하면 물러나야 한다. 아니 쇄신파가 강제로 끌어내려야 한다. 어제 맺은 묵계에 따르면 그렇다(물론 시간이 흐르고 관심이 식고 지금 국면이 전환되면 없던 일이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어떻게 되겠는가. 박희태 대표가 물러나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되면,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달리 기댈 데가 없다. 이명박계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구심을 세워야 한다. 이미 2선 후퇴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을 대신할 사람을 올려야 한다. 그게 누구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이재오 전 의원 외에는 없다. 박근혜계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경계하는 이재오 전 의원 말이다.
쇄신 모드가 전쟁 모드로 전환될지 모른다.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두 계파인데 여기에 구애를 거절당한 앙금까지 쌓일 터이니 사생결단식 멱살잡이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철 지난 어떤 노래 가사처럼 3류 치정 신파극의 전형을 선보일지 모른다.
ps. 여기서 언급한 '어떤 노래'는 문주란 씨가 부른 '동숙의 노래'다. 가사가 이렇게 돼 있다.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
원한 맺힌 마음에 잘못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 놓고
뉘우치면서 울어도 때는 늦으리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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