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는 8일 당정협의를 통해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비정규직법을 2년 유예토록 잠정결정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길을 열어놓고 있는 현행 비정규직법이 사실상 사문화되는 것.
한나라당은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은 당론 채택여부를 확정짓고 6월 임시국회에서 법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유연성 강화'를 꼽은 바 있다. 하지만 법안 유예를 위해선 현 비정규직 법 부칙 수정이 필요한데 6월 국회 개원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7월 1일부터 법안이 시행되는데 빨리 안 바꾸면 현장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난다"며 오히려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유예 자체도 쉽지 않을 듯
신성범 원내공보부대표는 이같은 방침을 전하며 "아예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환노위 의원 다수가 노동계의 반대 등의 이유로 법안 유예를 원했다"면서 "실제 효과는 똑같다"고 말했다. 법안 유예나 법안 개정이나 조삼모사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동부는 강력하게 법안 개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원만히 타결돼 벌써 통과됐어야 할 문제"라며 "6월이 지나면 고용대란 우려가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서 상정조차도 안되고 있다. 아예 법안 상정조차 막는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종수 노동부 차관도 "2년 사용기간 제한으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비정규직을 위해 6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 제출법안이 아직 환노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회기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야당 때리기에 합류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노위원장, 유선호 법사위원장 등이 법안처리 길목을 틀어쥐고 있어 개원 협상과 별개로 법안 유예는 쉽잖을 전망이다.
김형오 의장 "이번 주 내엔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 열어야"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이번 주 내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가 법률에 따라 열리도록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용범 대변인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정례 기관장 회의에서 "국회의 개회는 법 이전에 국민의 명령이므로 이 점을 여야 지도부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민주당이 개회 조건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 사과 등 5개 항에 대해 "국회가 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국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협상으로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지적한 뒤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명제보다도 더 강한 조건이나 전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9일부터 일부 상임위라도 열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로부터 상임위를 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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