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 농성장을 찾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만들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삼성전자에서 납땜 업무를 하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 이종란 노무사, 임자운 변호사 등을 만났다.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젊은 노동자 79명이 사망한 것만으로도 삼성은 처벌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국민연금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면죄부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시녀 씨는 "삼성은 조정 권고안이 제대로 나오면 수용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조정안이 나오니 보류시키고 자체적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했다. 목소리 높이는 사람은 조금 더 보상해주고 시골에서 얌전히 있는 사람들은 2000만~3000만 원 보상해주고 끝"이라고 비판했다. 황상기 씨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가 2015년 5월 사과하고, 반올림과 성실하게 대화해 문제를 풀겠다고 얘기해놓고 반올림과 대화하는 척만 하다가 말았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시장은 "나는 노동법 전공 변호사였고, 저 자신도 산재 장애인이다. 저도 오리엔트 공장에서 일할 때 신나, 벤젠, 아세톤을 많이 써서 후각을 거의 다 잃었다. 제 여동생도 새벽에 뇌출혈로 쓰러졌다"면서 "삼성이 이 나라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삼성이 책임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인 듯 싶다"고 답했다.
김시녀 씨는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 부당 해고 없는 나라를 꼭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이재명 시장은 "정부가 국민들, 약자를 보호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주로 강자편이다. 국가 권력이 노동자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삼성은) 최순실한테 줄 430억 원은 있어도 여기 주는 건 아까우니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불법 노동을 감시해야 할 노동부가 불법 노동을 방치했다"면서 "재벌 공화국,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이제 벗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상기 씨는 이재명 시장에게 "우리 혜경 씨 손 붙잡고 약속 좀 해달라"고 요구했고, 뇌종양으로 언어 장애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 감사합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반올림은 삼성의 제대로 된 사과와 대화, 직업병을 앓은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