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위기에 몰린 강원 태백시 하이원엔터테인먼트(하이원엔터)는 출발부터 정치적 외풍과 모기업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23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강원랜드는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과 2단계 사업진출을 위한 장기 용역을 거쳐 2008년 11월 태백지역에 게임사업 진출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했다.
이후 강원랜드는 2009년 1월 2일 145억원을 들여 하이원엔터를 설립하고 초대 사장에 게임산업의 전문가로 알려진 우종식 문화관광부 한국게임산업진흥원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우 사장은 취임 20일 만에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며 사퇴하는 바람에 하이원엔터는 설립이후 회사의 기초를 다져야 할 중요한 11개월간 사장공백사태를 맞아 비틀거렸다.
특히 하이원엔터의 성공에 확신을 갖고 출범시킨 강원랜드 조기송 사장이 물러난 뒤 후임 임원은 취임 6개월 만에 중견 게임회사 인수계획을 백지화시켰다.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려던 계획은 무산되었고 이때부터 게임회사가 게임개발을 외부 업체에 발주를 주면서 자생력은커녕 퇴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후 1년 가까이 공석이던 하이원엔터 2대 사장에 이학재 국립중앙박물관 사무국장이 취임했지만 모기업과 지역사회의 지나친 간섭에 반발하며 1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게임개발에 허우적대던 하이원엔터는 3대 사장으로 지석규 경기 디지털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본부장을 전문가로 채용했으나 스마트게임사업 진출 좌절과 외부 퇴임압력이 겹치면서 역시 2년 만에 중도 퇴임했다.
이후에도 하이원엔터는 이성택 한화그룹 전무를 4대 사장으로 영입했으나 모기업과 주변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취임 13개월 만에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이처럼 하이원엔터는 출발부터 삐걱대는 바람에 설립첫해 8억 6400만 원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 2016년까지 8년간 총 527억7300만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특히 매출에서는 게임회사가 게임개발을 독자적으로 못하고 외주발주에 의존하면서 2010년 4억 원 매출을 시작으로 2013년 43억 원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까지 총 148억 3700만 원의 초라한 실적을 올렸다.
하이원엔터는 게임판매와 애니메이션, 컨택센터 사업을 통해 7년간 148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적자는 527억 7300만 원으로 매출이 적자의 28%에 불과했다. 연평균 기준으로 살펴보면 연간 매출은 21억 1957만 원, 적자는 연간 65억9662만 원을 기록한 셈이다.
태백시민연대 관계자는 “하이원엔터는 강원랜드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나친 정치권 개입과 모기업에서도 사장이 바뀌면서 전임 사장의 사업계획을 백지화하는 바람에 실패를 자초한 것”이라며 “강원랜드는 법인청산 방침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백시의회의 한 시의원은 “하이원엔터는 장기간 사장 공백사태 외에도 이해하기 힘든 과다한 연구용역에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 표류를 자초한 꼴”이라며 “하이원엔터의 이사회도 강원랜드 이사가 과반을 넘어 사실상 하이원엔터의 실패는 강원랜드에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이원엔터는 게임사업이 흔들리던 지난 2010년 8월부터 ‘이시티 핵심사업 성공진입 및 성장전략수립’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8차례나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최근 하이원엔터 직원들이 회사 청산에 반발하고 태백지역 시민사회단체까지 법인청산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서자 강원랜드는 사업초기부터 적자구조로 인해 운영손실이 누적되고 구조개선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 대안으로 추진중인 400억 원이 투자되는 자동차부품 재제조사업도 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때문에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강원랜드 2단계사업은 강원랜드 3261억 원과 민자 2620억 원 등 총 5881억 원을 투자해 게임, 애니메이션 사업을 바탕으로 게임월드, 테마파크 등 이시티사업을 조성하려던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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