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다"며 "한국의 변혁을 더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반 전 사무총장을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나, 논점 이탈식 반응인 데다 대선 주자 간 때아닌 '경로(敬老)'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문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도 평가되는 부산을 방문해 유엔 평화 기념관을 찾았으며, 여기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1944년생이고 문 전 대표는 1953년생이다. 9세 차이가 난다. 문 전 대표 생전 반 전 사무총장이 영·유아 소년 시절 겪은 굵직한 현대사는 일제 치하 말년과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다.
반 전 사무총장 자신이 문 전 대표보다 '더 겼었다'고 한 '한국의 변혁'은 이들 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이런 반응은 문 전 대표가 이날 공개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 관련 기사 : 문재인, 신간 발표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을 '기득권'이자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 못 할 '상층 엘리트'로 규정하고 날을 세우고 잇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이날 "제가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6.25 전쟁 때 땅바닥에서 공부를 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열심히 했고, 외교관이 됐다"며 "내가 늘 호강하며 남의 사정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아버지 고(故) 반명환 씨는 농고를 나와 통운 회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부는 한의원을 운영했다. 숙부는 충주시 부시장을 지냈다.
이런 집안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반 전 총장은 1970년대 외무고시에 합격해 미국 미주국장, 외교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친 후 외교부 차관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 관련 기사 : 74살 '정치 루키' 반기문을 해부한다)
반 전 총장은 또 "세계를 다니면서 약자의 목소리가 되고, 약자를 보호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그렇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 중 한-일이 맺은 위안부 협상에 대해 "합의가 소녀상 철거와 관련돼 있는지 내용은 모른다"면서 "만약 관련돼 있다면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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