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오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21세기북스 펴냄)를 출간하고, 같은날 오전 책 관련 기자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문 전 대표 측 관계자가 밝혔다. 대담은 기자 출신 시인·소설가인 문형렬 작가가 맡았다.
출판사가 일부 미리 공개한 책 내용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책에서 '시대정신'으로 "상식과 정의"를 꼽았다. 그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국가 반역자라면 언제든 심판받는 국가의 정직성이 회복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정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번이 해방 때"라며 "해방 때 친일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고, 독립 운동을 한 사람과 유족들에게 제대로 포상하고 그 정신을 기렸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은 1987년 6월 항쟁"이라며 "이후에 곧바로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면 그때까지의 독재나 그에 부역했던 집단들을 제대로 심판하고, 군부 정권에 저항해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명예회복이나 보상을 해줬을 것이고, 상식적이고 건강한 나라가 됐을 것이지만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회를 또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지난번에 '국민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부패 대청소'라는 표현을 썼다"며 "부패 대청소를 하고 그 다음에 경제 교체, 시대 교체, 과거의 낡은 질서나 체제·세력에 대한 역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일 세력이 해방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떵떵거리고, 독재 군부 세력과 안보를 빙자한 사이비 보수 세력은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를 계속 지배해나가고, 그때그때 화장만 바꿨다"며 "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이것이 정말로 위선적인 허위의 세력들"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로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당위성"을 들었다. 그는 "그래서 대청산, 대개조, 시대교체, 역사교체, 이런 식의 표현들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우리 주류 정치 세력이 만들어왔던 구체제,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정치문화, 이런 것들에 대한 대청산, 그리고 그 이후 새로운 민주체제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방도 중 하나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불공정 신고 센터'를 두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임용고시 경쟁률이 30 대 1 정도 된다고 하는데, 사립학교 교원은 '빽' 있는 사람들이 경쟁도 하지 않고 척척 된다는 것이다"라며 "사립학교 교원도 국립과 대우가 똑같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눈에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다 불공정하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뿐 아니라 적어도 국가의 세금이 적용되는 데는 민간 부문이라도 불공정 요소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기득권 특권 누려왔던 분"…野 주자들엔 우호적 약평
문 전 대표는 또 책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해 그는 "그 동안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려왔던 분"이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건 구시대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등 새로운 변화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리 절박한 마음은 없으리라고 판단한다"고 혹평했다. "어쨌든 그동안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쪽에 서본 적은 없다,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은 없다"는 것.
그는 반 전 총장의 역량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으니 외교관으로 유능하겠죠. 다른 면은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알 수는 없다"면서도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간접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주자들에 대해서는 장점만을 말했다.
"우선 안희정 지사는 젊고 스케일이 아주 큽니다. 포용력이 있죠.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박원순 시장은 따뜻하고 헌신적이죠. 이재명 시장은 선명하고 돌파력이 있습니다. 김부겸 의원은 뚝심이 있어요. 말이 굉장히 구수하고 입담이 좋아서 소통 능력도 좋지요."
고인이 된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물 평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진보적이었고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개념도 이미 1960년대부터 갖고 계셨다"며 "제가 이 시대에 만난 정치인 중 가장 진보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DJ는) 우리 시대의 정치지형이 그분을 따라가지 못해 자신의 이상을 다 실천하거나 구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말씀을 듣다 보면, 그분은 정치가이기 전에 사상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DJ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우리 역사의 어떤 시기에 서양은, 중국은, 일본은 어떤 상황이었고 어땠는지 연대기적으로 쭉 관통하더라. 그 이야기의 도도함에 늘 감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문 전 대표의 근거지인 부산·경남(PK) 지역의 맹주였던 YS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향(경남 거제) 선배이기도 하고, 경남중·고등학교 22년 선배이기도 하다"며 "여러 번 뵐 기회가 있었다. 3당 합당 전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특히 영남 지역에서는 상징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YS에 대해 "그분은 늘 경청하는 분이었다"며 "처음 만났을 때가 야당 총재였을 땐데, 그때 우리 연배는 사회 초년병으로 시민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도 우리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셨다"고 평가했다. 그는 "DJ는 한 시간 만나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3분이라면, YS는 만날 때마다 대체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는 말을 적게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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