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연말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20일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야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특별당비 대납의혹 등 대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천 회장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일종의 '언론플레이'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
파문이 천신일 회장을 넘어 현 정권의 실세들로까지 확산돼선 안 된다는 여권 내부의 전반적인 위기의식도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MB친구라지만 이미…관심사는 '천신일 이후'"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세무조사에 관여한다는 첩보를 청와대가 입수하고 지난해말 엄중한 경고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친구인 천 회장에게 '행동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경고했다기보다는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직간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겠느냐"면서 "당시 상황으로 미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천 회장은 최근 <신동아> 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저와 가까운 사람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문제는 관계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난 해부터 천 회장에게 경고를 해 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같은 정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시점이다. 천 회장에 대한 1차 소환조사가 마무리되고, 재소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청와대 내부의 한 인사는 "이미 조세포탈 혐의까지 확인된 마당에 천 회장 본인에 대해서는 아무리 대통령의 친구라고 해도 방어해 줄 명분도,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면서 "핵심적인 관심사는 '천신일 이후'"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정황이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천 회장은 이미 '버리는 카드'가 아니겠냐는 것.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나간 의혹이 과연 천 회장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로 수그러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에 하나 천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개인 비리'의 영역을 넘어 여권 전반에 대한 사정정국을 몰고 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이 대통령의 친형이자 천 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 이상득 의원과 함께 '원로그룹'의 대표주자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핵심 실세들과 천 회장의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 "국민 우롱하나…사전에 다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천 회장에 대해 이미 지난 해 엄중 경고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면서 "청와대가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대해 이미 알고, 조치까지 취했다면 최소한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청와대가 사전에 모든 것을 알고도 검찰의 편파수사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면서 "검찰도 수사가 확대될까 겁먹고 말로만 '성역없는 수사'를 반복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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