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격인 노철래 원내대표와 김 처장 측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며 "진실은 오직 하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친박연대는 민주당 등 다른 야당이 추진 중인 신영철 대법관 탄핵에 동참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서청원 대표는 구속 수감 전 "사법부에 속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서 대표에게 논평 수정 지시받았다. 진실은 하나다"
▲ 지난 18일 서청원 대표, 김노식 전 의원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에 탑승하자 친박연대 양정례 전 의원이 울부짓고 있다ⓒ뉴시스 |
의혹은 민주당에서 먼저 제기됐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연대 측이 지난 3월 17일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낸 직후 대법원 고위 간부가 친박연대 고위 당직자에게 신 대법관 관련 언급을 하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은 "신영철 대법관이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김노식, 양정례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었는데, 의원직 박탈과 실형 확정이냐를 최종 결정하는 대법원은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염라대왕일 수밖에 없다"며 "고위간부의 '요청'은 요청이 아니라 재판권을 담보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또는 이익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7일까지 3편의 신 대법관 비판 논평을 낸 친박연대는 이후 신 대법관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 부대변인의 논평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직접 나서 "날짜는 좀 다른데 내용은 맞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 3월 17일 오전 서 대표가 '저 쪽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신 대법관에 대한 논평 수정을 직접 지시했고 그 이후로 내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철래 원내대표가 이 사실을 부인하는 데 대해 전 대변인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다 공유된 내용이다"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 전날(5월 13일) 서 대표는 '법원행정처장이 노철래 원내대표를 통해 연락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나의 지금 발언은 이규택 공동대표와 논의한 공식브리핑이다. 진실은 하나다"고 못을 박았다.
이와 함께 서청원 대표가 수감 직전 "사법부에 속았다"고 한 말도 그 배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 대표 등이 선고 전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아 후순위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승계하지 못했는데, 대법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무죄'를 예상해 사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뿔'난 친박연대, 탄핵발의 동참할 태세
이같은 폭로에 대해 법원행정처 신동훈 홍보심의관은 "금시초문이다. 그런 의혹이 제기된 줄도 몰랐다. 일단 알아보겠다"고만 말했다.
대법원 측에서는 신 대법관이 서청원 대표 등의 사건을 맡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친박연대가 오히려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원직을 좌지우지 하는 대법원이 이와 같은 우려를 정당에 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고 친박연대 쪽에선 어떤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신 대법관이 맡는 재판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한편 친박연대가 민주당 등의 탄핵 추진에 동참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탄핵발의 가능성이 한 층 높아졌다.
민주당(84석), 민주노동당(5석), 창조한국당(3석), 진보신당(1석)을 모두 합해도 93석으로 탄핵발의 요건인 99석(재적의원 1/3)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호남 무소속(강운태, 유성엽, 정동영, 신건)을 더해도 97석이다.
그런데 5석의 친박연대가 탄핵발의에 동참할 경우 발의 요건을 채우게 되지만 한나라당 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의 동참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빠듯한 표계산이 필요한 대목이다.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해 실제 탄핵심판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발의만으로도 신 대법관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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