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하는 나무 울지 못하는 새
앉아 있는 그림 한 장
아니면
얼어붙던 밤섬
그것도 아니라 하면 울음큰새 그 재채기
김미정 |일상이 곧 선이며 삶의 궁극에는 깨달음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현장이 선의 알갱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인식의 주체인 오온은 그 속성이 공(空)이다.
오온은 물질적 요소인 색과 정신적인 요소인 수상행식이 하나의 관계망 속에서 화합하고 있다.
이 오온을 실체로 받아들이는 착각으로부터 모든 괴로움은 생겨난다는 것이다. ‘울지 못하는 나무 울지 못하는 새’, ‘얼어붙던 밤섬’은 고립된 자아의 알레고리이다.
울음은 존재가 살아 있음을 뜻하는 징표이다. 우리 모두 하나의 섬으로 이 세상에 떠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현실이 정지된 ‘그림 한 장’처럼 ‘밤섬’처럼 ‘울음큰새 그 재채기’에 가려진 존재로 이 밤을 건너고 있다.
혼돈의 시대, 오온으로 물든 인간의 내면의 치열한 의식을 심도 있게 표현한 시이다. 삶을 잠식하는 물질문명의 일그러진 초상은 우리를 유혹하고 중독시킨다.
인간의 마음은 선천적으로 대상을 인식하며, 그 대상에 집착되기 쉽다.
모두 공(空)임을 비추어 봄으로써 비로소 무상(無相)을 자각하게 되고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실존적 주체로서의 삶이 흔들린다.

▲출처 |『빈 거울을 절간과 세간 사이에 놓기』, 「현대 선시의 문학적 사유와 수사의 미학」에서 발췌, 시와세계, 2013. 2 <김미정 시인, 문학평론가>.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