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지난 해 연말 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을 뿐 다른 지지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후보가 '친박 후보'를 자임하는 것을 막지 않는 것만으로 그를 당선시켰다.
총선보다 더 높아진 경주 투표율
▲ 바로 이 사진 한 장이 정수성 당선자에게 금뱃지를 달아줬다ⓒ정수성 후보 사무실 |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출근부를 찍다시피 하며 정종복 후보의 재도전에 총력을 쏟아부어 뒷받침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오히려 냉랭해졌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정종복 후보가 우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무응답층이 많았다.
결국 무응답층은 투표장으로 나와 정수성 당선자에게 표를 던졌다. 경주의 최종 투표율은 재보선으로는 기록적인 수준인 53.8%에 달했다. 지난 해 총선 투표율보다 오히려 2%포인트 높은 수치다. '박근혜의 힘'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 결과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낸 듯한 위력을 발휘한 박 전 대표가 당장 가시적으로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친박계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움직임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선동 의원도 최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끝까지 그럴 순 없겠지만 대선 경쟁을 먼저 촉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시간은 우리 편이다"고 말했다. '무위의 정치'를 당분간 이어간다는 이야기다.
결국 친박 진영이 앞장서서 박희태 지도부를 흔들지는 않겠지만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 당협위원장 경선 등 이어지는 당내 정치 일정에서 친박 측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주이야박' '월박' 현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친이계로부터 '자당의 후보를 지원하지 않은' 도덕적 원칙의 문제를 직접 공격받으면서 양대 계파간 전면전이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무한정 확대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는 친이계에서 선제행동에 들어갈 경우 친박 측도 맞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충돌 시점은 빨라야 10월 재보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반면 정몽준 최고위원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정 최고위원은 울산북구에 상주했고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헌신했지만 실제 득표력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울산 북구의 주민들은 "동구에서나 정몽준이지 북구에서는 별거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신 지역인 울산에서도 별 힘을 쓰지 못한 정 최고위원은 다른 기회에라도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대선가도가 쉽잖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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