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올해 있을 대선과 관련해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다. 과연 누가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데이터 자료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많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1순위에 올랐다. 여론조사만 놓고 본다면, 내일 대선 투표가 이뤄질 경우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대선 시계는 아직 안개속이다. 무엇보다 대선 날짜가 언제로 결정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2월 말에서 3월 초쯤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린다면,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 경우 각종 변수를 고려해 4월26일(수) 또는 5월10일(수)이 대선일로 유력하다고 말한다. 반팔 셔츠를 입고 땀을 흘리며 투표장을 찾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분석에 앞서,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임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미국 대선 득표율을 정확히 맞춰 화제가 됐던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자신의 저서 <신호와 소음>을 통해, 예측이란 끊임없는 '수정 과정'임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5개월 후의 대선 결과는 이번 신년 여론조사와 아무 상관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지지율 흐름과, 현재 대선 주자들의 위치는 가늠해 볼 수 있다.
1월 1일에 발표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6개 기관 중 5개 기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6개 여론조사를 보면, 1위는 문재인, 2위는 반기문, 3위는 이재명으로 대체적인 후보군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KBS의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21.6%), 반기문(17.2%), 이재명(11.4%), 안철수(4.6%) 순이었다. 한국경제-MBC의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도 문재인(25.1%), 반기문(19.7%), 이재명(10.1%), 안철수(6.4%) 순이었고, 매일경제-MBN의 리얼미터 조사도 문재인(25.2%), 반기문(22.1%), 이재명(11.5%), 안철수(6.8%) 순이었다. SBS의 칸타퍼블릭 조사 역시 문재인(25.1%), 반기문(18.3%), 이재명(12.2%) 순이었고 세계일보의 시대정신연구소 조사도 문재인(25.1%)를 기록했고, 반기문(21.3%), 이재명(16.3%)을 눌렀다.
다만 서울신문의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는 대선 후보 다자 대결에서 반 전 총장이 21.7%를 기록해, 유일하게 문재인(18.5%)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객관적 지표로 '1위' 달성
여론조사는 '추이'다. 관련해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는 참고를 할 만하다. 문화일보가 1일 엠브레인에 의뢰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은 26.9%를 기록해 20.2%를 기록한 반 전 총장을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선두를 기록했다.(오차범위±3.1%포인트) 3위는 이재명(12.6%), 4위는 황교안(6.6%)이 차지했고 안철수(5.7%)는 5위에 그쳤다.
문화일보-엠브레인 직전 조사는 지난 11월 1일 발표됐다. 두 달 전이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 후 10월 25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본인 입으로 시인했다.)된 이후 조사된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이기 때문이다. 10월 25일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촛불 정국'은 본격화됐다.
당시 조사에서부터 문재인은 1위 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반기문을 제치고 우위에 서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20.4%로 1위를 기록했고, 반기문은 18.9%로 2위를 기록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9.8%였다. 이재명이 8.5%를 기록, 4위로 뛰어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도 촛불 정국이 시작된 당시였다. 대선 양자 대결과 3자 대결에서 문재인이 반기문을 모두 누른 것도 처음 나온 조사 결과였다. 양자 대결에서 문재인은 무려 46.3%를 기록, '마의 40%대'를 넘어섰다. 반기문은 37.9%에 그쳤다. 오차범위(±3.1%포인트)를 훌쩍 넘어선 수치였다.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자 대결에서도 36.0%, 34.2%, 17.7%로 문재인이 1위를 기록했다.
2달 전의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문재인과 반기문은 각각 1, 2위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2달 간 촛불 바람을 타고 3위를 탈환했으며, 안철수는 황교안에게도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첫째, 문재인과 이재명의 지지율 겹침 현상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이재명이 약진하더라도 문재인의 지지율은 크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재명이 중도층을 일부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둘째, 반기문과 안철수의 지지율은 꽤 겹친다. 12월 말에 반기문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일부 봤다. 물론 반기문의 컨벤션 효과는 문재인을 뛰어 넘기에 벅차보인다. 반면 안철수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만 놓고 보면, 문재인은 '20%대 박스권'에서 정체되는 듯 보여도, 지난 11월 1일 조사에서 보듯 40%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기문은 오히려 '급등 가능성' 면에서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구도를 따져봤을 때, 내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문재인이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이나 이재명은 당내 경선에서 누가 패하든, 패한 자의 지지율을 상당히 흡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과 안철수는 결이 다르다. 이들의 지지층이 겹치는데, 이는 둘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이 예측을 가지고 5개월 후 대선을 전망할 수는 없다. 정치는 생물이며, 대선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정치 세계의 하루는 보통 사람의 일생보다 긴 시간이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라는 말이 있다. 예측이 의미를 가지려면, 발생 변수에 따라 끊임없는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2012년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던 그는 2016년 대선 막판에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67%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33%로 봤다. '예측의 귀재'도 실패하는 게 정치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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