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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딸'과 '이명박의 형님', 누가 더 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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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딸'과 '이명박의 형님', 누가 더 센가?

[4.29 현장] 경주 '대리전', 박근혜-이상득 그림자만 어른어른

4.29 재보선은 '이상한 선거'다. 현정부 중간평가라는 의미보다 각 당의 내전이 더 부각된 선거이기에 그렇다. 이와 맞물려 '그림자 선거'라는 말도 나온다. 계파 수장을 대신해 후보들이 전쟁을 치르는 '대리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주 선거는 참으로 '이상한 그림자 선거'다. 차기주자 1순위인 박근혜 전 대표와 현정권 실세 중의 실세인 이상득 의원이 맞붙은 선거나 다름없다. 지역적으로도 경주는 박근혜의 '대구'와 이상득의 '포항' 영향권이 겹치는 곳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영남권에서 벌어졌던 '친이-친박' 대립의 연장전 성격을 피할 길 없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과 다른 면이 분명히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표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박계 무소속인 정수성 후보로서는 아쉬운 대목. 지난 해 연말 정 후보 출판기념회 참석 이후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지역 선거에 대해 입 한 번 떼지 않았다.

정종복 후보의 낮은 자세도 눈에 띈다. '힘 좀 쓰더니 목에 기브스 했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정 후보는 이번에는 연신 굽히고 굽힌다. 판세도 엎치락뒤치락이다.

박근혜 힘이냐, 이상득 실리냐

▲ 한나라당 지도부들은 경주 선거운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정종복 후보 홈페이지

경주역 주변 성건동 중앙시장 등에서 만난 경주 시민들의 민심은 크게 두 갈래였다. 노년층은 "경주는 박근혜 아이가. 정수성이 박근혜 사람이라 카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반면 청장년층은 "힘있는 사람을 밀어야 경주에 득이 되재. 이번에는 마 한나라당이다"는 소리가 많았다.

'정종복 찬반론'도 적지 않았다. 경주에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자주 총출동한다. 이에 대해 한 쪽에선 "정종복이 힘이 있기는 있는 갑다"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선 "박근혜 대표를 저래 못살게 군다야"라는 눈총이 나왔다.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절대 입당은 없다. 홍준표가 경주 시민들에게 약속한다. 내가 한나라당에 있는 한 절대 입당 안 시킨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도 화제거리가 됐다.

한 60대 남성은 "지가 뭔데? 당이 지끼가(자기 것이냐)"라면서 "당장 한나라당 안 들어가도 된다. 어차피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도 될낀데 그때 들어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주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어쨌든 정종복이 문제"라고 판세를 정리했다. 중앙에선 힘깨나 썼지만 고향에 무심했던 정종복 후보의 '반성'을 받아들이냐 마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한 택시 기사는 "우리도 마카(모두) 박근혜 전 대표 팬이기는 하지만 정수성이 박 전 대표하고 그리 가깝지는 않다는 것도 다 안다"면서 "정종복한테 본때를 한 번 더 비주나(보여주나) 마나가 문제다"고 설명했다.

▲ 정수성 후보 선거운동의 알파와 오메가는 '박근혜'다ⓒ정수성 후보 사무실

'포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포항에는 예산이 넘친다더라. 이상득이 포항을 챙기는데 정종복은 이상득 밑에 찰싹 붙어있다"라는 식의 이야기였다. 정종복 후보를 밀면 혹시나 경주도 '형님 덕'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공기업에 다니는 한 40대 남성은 "이카이(이러니) 경주가 안 되지"라면서 "박 전 대표가 대통령되면 나도 좋지만 지금은 실리를 챙기고 볼 때 아이가. 영감 할매들이 박 대통령 해싸면서 정수성찍는다 카는데 정수성하고 박 대통령하고 무슨 상관이고. 우리도 변해야 된다"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박정희의 딸'과 '이명박의 형님'이 맞붙은 경주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하지만 선거 결과와 별개로 '박근혜 파워'가 확인된 만큼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류 진영이 선거 뒤에 이를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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