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에 올라가 지는 해 바라보았더니
서울은 검붉은 물거품이 부걱부걱거리는 늪
이 내 몸 그 늪의 개구리밥 한 잎에 붙은 좀거머리더라

권기호 |가장 하잘 것 없는 곳까지 내려가 자신을 지우고 또 지운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경계를 허문 다음 그 허문 경계까지 또 지운다. 일찍이 작품 「심우도」가 보여준 어법이 그렇다.
마침내 찾은 소와 함께 자신도 지우고 마지막 남은 나막신도 돌려준 다음「진문둥이」로 남게된다. 부정에 덧붙인 부정의 역설 그것이 설악무산스님의 어법이다.
철저하게 아래로 내려가 더 갈데없는 下心의 역설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하루살이」, 「진문둥이」, 「좀거머리」 인 것이다.
나와 미물(微物)이 둘이 아닌 세계(不二), 이 미물의 밑바닥을 통해 무산 스님은 끊임없이 무(無)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것을 통해 일상생활에 젖은 우리를 어떤 깨침의 순간으로 이끌어간다.
어쩌면 철저한 자기 참회의 성찰 같기도한 이런 작품에서 나는 문득 법화경 상불경품의 심성을 엿보게 된다.
스스로 바닥에 깔린 미물처럼 되지 않고서는 상대를 진정 받들 수 없는 그런 가슴이 숨어있다.
세속에 살면서 우리는 이런 성직자들을 흔히 「바보성자」라 불렀다. 무산오현스님의 이런 작품들을 이제 우리는「미물성자」의 시라 해도 좋을 것 이다.
▲권기호 | 시인. <문학평론가,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