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보장돼야 한다. 똑같은 잘못에 대해 벌금과 구치소 노역의 선택지가 있다. 이 경우, 가난 등의 이유로 벌금 대신 구치소 노역을 택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정부 규정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방치돼 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이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환경을 개선하라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강모 씨는 지난 2007년 한 집회에 참가했다. 이후 그는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약식 기소돼 벌금 7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벌금 납부 대신 구치소 노역을 택했다. 같은 상황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대개 벌금 납부를 택한다.
지난 2012년 12월 7일부터 12일 동안, 강 씨는 서울구치소 13하(下)14실에 수용됐다. 이곳 바깥 표지판에는 거실의 면적이 8.96㎡, 정원은 6명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강 씨가 실제로 측정한 결과는 이와 달랐다. 거실의 면적은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하더라도 7.419㎡, 싱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하지 않으면 6.687㎡에 불과했다. 또한 거실의 높이는 2.388m여서 싱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한 용적은 17.72㎥였다.
수용 정원이 6명이므로, 1인당 면적이 1.24㎡(0.375평)이다. 이는 평균적인 체형을 가진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설령 구치소 측이 공지한 대로라고 해도, 수용자 1인당 면적이 1.49㎡에 불과하다.
강 씨는 형기 만료로 석방된 뒤인 2013년 3월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구치소 관련 규정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해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9일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강 씨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이뤄진 수용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강 씨가 구치소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던 면적이 1.06㎡에서 1.27㎡사이였다고 봤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평균 신장을 지닌 성인이) 팔다리를 마음껏 뻗기 어렵고, 다른 수형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할 정도"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너무 좁다는 점은)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수용 인원이 적정한 수를 초과하면 수형자의 생활 여건이 악화되고, 싸움·폭행 등 교정 사고가 잦을 수 있다"며 "교정시설의 질서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한철 헌재소장과 김이수, 안창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보충 의견을 내고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며 5∼7년 이내에 이런 기준을 충족하도록 교정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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