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핵심이자 노무현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과도 전혀 상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정계은퇴 선언은 '폭탄선언'에 가깝다. 검찰과의 질긴 악연,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심리적 부담감 등으로 이 의원이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 선언은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광재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면서 "오전까지도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권부터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에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것이라고는 몰랐다"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물론 이 의원의 지인들도 "전혀 의원직 사퇴나 정계은퇴 같은 기색은 눈치 채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 ⓒ뉴시스 |
하지만 이 의원이 실제로 의원직을 던진 배경은 심리적 고충보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배수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는 "분명히 결백을 밝혀내겠다. 당당한 이광재로 서겠다"고 밝혔고, 이날도 뉴욕 맨하탄의 ㄱ 한정식집 주인을 통해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정식집 주인 곽 모 씨와는 만난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과 22일 검찰은 이 의원과 곽 씨를 대질심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주장이 완전히 상반되지만, 곽 씨가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면 사법처리가 가능해진다.
결국 이날 구속영장 발부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가 수순밟기에 돌입한 이상 이 의원으로서도 초강수를 통한 정면돌파를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의원직을 박탈 당하는 수모를 겪기 전에 스스로 의원직이라는 보호막을 걷어냄으로써 '결백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현재로선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계은퇴 선언의 후폭풍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과 함께 친노의 핵심인 서갑원 의원이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고, 박정규 전 민정수석과 장인태 전 행자부 차관은 이미 구속됐다. 여기에 김혁규 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도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연차-노건평을 매개고리로 친노 정치인들을 향한 검찰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면서 친노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은 현정부와 검찰에 대해 친노계가 정면으로 반발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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