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금융권에 내려앉은 정권발(發) '낙하산'이 네 자릿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9일 각 금융회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금융권 임원 중 공직 경력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1월 1일부터 2016년 10월 말 현재까지 재직중인 자를 포함해 전 금융회사(대부업 제외)의 등기 임원 중 공직 경력자가 100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 의원은 "이는 연평균 100명이 넘으며, 일별로 따지면 3일에 1명꼴로 낙하산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보면, 1004명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2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 179명, 증권사 168명, 여신전문금융사 136명 순이었다. 은행은 96명으로 가장 적었으나, 금융지주회사 57명과 합치면 153명으로 증권사 다음으로 많았다. 금융업계를 대변해 대(對)정부·국회 활동을 하는 유관 협회의 경우에도 27명이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신별로 분석해 보면,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각종 공기업, 국립대 교수, 연구원 출신을 모두 합한 '공공기관 출신'이 381명(37.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금융위·금감원·기획재정부 등 금융 당국 출신이 334명(33.3%)이었다. 경찰을 포함한 사법 당국 출신도 117명(11.7%)이 있었고, 청와대·국정원·국회·지자체 등 정치권 인사가 71명(7.1%), 금융 당국을 제외한 행정부 공무원 출신은 67명(6.7%), 감사원 출신은 34명(3.4%)이었다.
이같은 문제는 단순히 '공직 경력을 활용해 부당하게 재취업을 했다'는 정의(正義)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제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금융권임에도 사법당국, 정치권, 비금융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며 "1004명 모두 등기 임원으로, 금융권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면서 '로비 창구'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직자 출신 낙하산들이 금융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거나 감사를 진행하는 자리에 있으면, 정권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거나 로비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금융과는 관련이 적은 곳(육군, 국토부, 해수부 등) 출신의 임원들도 다수 있어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이내에 소속됐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영리 목적 사기업체 등에 취업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얻거나 3년 기간이 지난 후에는 재취업이 가능하다.
제 의원은 "위 집계는 등기 임원만 분석한 것으로, 임원이 아닌 직원까지 포함하면 금융권에 포진한 공직자 출신 낙하산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금융 개혁'을 외치면서 실상은 공직자 출신을 사기업 최고 의사 결정자로 빈번하게 임명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컸던 만큼, 공직자윤리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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