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찰 50여 명이 투입된 매머드급 수사본부가 맡고 있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 등을 비롯한 '공권력 확립'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의 상반된 질의와 주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강 후보자는 "적절한 지적이다", "적극 검토하겠다" 등의 모범답안을 적절치 구사하며 피해나갔다.
이날 강 후보자는 대체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선 "한 번 믿고 맡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여옥 사건, 사전 공모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 인사청문회에 나선 강희락 경찰청장 후보자ⓒ뉴시스 |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매우 불행한 사건인데, 처음부터 집단폭행에 의한 사건으로 단정을 하고 수사한 것 아니냐"면서 "피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안 그래도 여러명이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어서 (공범으로 지목한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야당 의원들이 가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을 대변하고 있어 유감이다"면서 "가해자측 주장에 의하면 밀어붙인 것 말곤 없다는 것이다. 눈이 손가락에 패여서 수술을 한다 만다 그러는데 그러면 전 의원이 자해 행위를 하고 쇼를 한 것인가"라고 질의하자 강 후보자는 "상해 위치나 정도로 봐선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요컨대 '집단 폭행의 근거는 희박하지만 폭행을 당한 것은 분명하다'는 것.
강 후보자는 "집단 폭행 여부도 중요하지만 사전 공모 여부도 중요하다"면서 '계획적 폭행'에 혐의를 두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강 후보자는 한편 용산참사와 관련해서도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충조 의원이 "'나라면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통해 평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냐. 그 말대로라면 용산 참사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민주당 김충조 의원의 추궁에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황희 정승'식 답변으로 예봉 피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고 강 후보자도 이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좌파세력에 대해 공권력이 명확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임채진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친북좌익 발본색원과 공안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경찰은 의사표명이 없다"고 다그쳤다.
이 의원은 "용산 사건이나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 등도 시비가 많은데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방송 중계 등이 필요하다"면서 "K-TV를 통해 집회나 시위를 생중계 할 의사가 있나"고 물었고 강 후보자는 "저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KTV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불법폭력시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고 물어 강 후보자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풍조가 만연된 것 같고, 목소리 크게 내고 떼를 쓰면 해결된다는 풍조가 있는 듯하다"고 답하자 "아주 정확한 판단을 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또한 안경률 의원은 민생 치안과 서민경제 사범 급증을 지적하며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 운동, 자유총연맹 등 여러 사회 운동하는 단체들과 협조해서 민생사범 단속을 병행하면 어떠냐"고 관변단체 활용론을 제기했고, 강 후보자는 "좋은 생각이다. 협력치안 강화를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공공장소 위해방지라는 막연한 목적으로, 신분증제시에 불응하면 체포하는 방안을 경찰이 추진 중인데 이는 악법중의 악법이다"면서 "정당한 시위와 집회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도 강 후보자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경찰의 채증 활동 강화 계획에 시정이 필요하다'는 주문에 대해서도 "알았다"고 답했다.
이날 강 후보자에 대한 특별한 흠결이 지적되지도 않았고, 그가 용산 참사나 서울 강남 지역 경찰의 비위 의혹 등 최근 경찰 현안과도 직접적 책임이 멀어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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