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시점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춤을 추고 있다.
호주를 공식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시드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혹자는 2, 3년 이라고 하지만 금년 한 해를 보내면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전날 뉴질랜드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는 "IMF 때는 우리만 위기였고 세계는 다 좋아 물건 팔아 한 해만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이번에는 내년까지 나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아무리 어려워도 세계가 다 노력해 1~2년 안에 끝이 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올해가 지나면 회복한다는 것인지, 내년에도 회복이 어렵다는 것인지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셈. 이 대통령은 지난 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시점에도 "IMF때와는 다르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곧 "IMF보다 더 어렵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위기론'은 촛불국면 등 이 대통령 자신이 처한 정치적 위기에 따라 널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심리를 반대여론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와 관련한 정부의 현실인식과 대응책을 두고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져 왔다.
"역사에 없던 노사민정 타협, 금 모으기에 준하는 운동"
'단결'에 대한 주문은 더없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최근 노사민정 대타협을 언급하며 "노사민정이 힘을 모아서 하는 것은 역사에 없는 일로, 금 모으기에 준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은) 위기 때 힘을 모으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며 "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노사민정이 일을 나눠 갖자고 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1997년도에 금을 다 내놨고, 나 자신도 결혼할 때 갖고 있던 금붙이를 다 내놨다"며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다 내놨고, 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금을 판 돈이 많아서 위기극복 하는 데 도움준 것보다 그 정신이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금년 한해 긍지를 갖자. 대한민국은 희망을 얘기해도 좋다"며 "대한민국은 어려울 때 한 단계 발전하는 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공항' 눈독들이는 맥쿼리와 '10억 불' 펀드조성 합의
앞서 이 대통령은 한·호주 그린비즈니스 포럼 오찬 연설에서 "호주 속담에 '배는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지만 항구에 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위기에 오히려 도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서 "역동적인 기회의 땅, 한국으로 와 달라"고 적극적인 대한(對韓)투자를 호소했다.
또 이 대통령은 같은 날 호주 맥쿼리 그룹의 니콜라스 무어 회장을 접견하고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맥쿼리 그룹은 인천공항공사 지분의 매각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해 주목된다.
이날 지식경제부, 우리은행, 맥쿼리 그룹은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과 관련한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서민에 현금 나눠준다? 그보단 기한제 소비쿠폰으로…"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호주의 야당인 맬컴 턴불 자유당 당수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서민에 대한 '현금지급 방안'과 관련해 "기한제 소비쿠폰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맬컴 턴불 당수가 호주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현금을 배포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현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기한을 지정한 쿠폰을 나눠주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좀 어렵지만 돈을 풀 시기"라며 "정부와 당은 서민에게 현금까지도 나눠줌으로써 소비경제를 일으켜 보자는 구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17일 "생계가 어려운 신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놓고 소비쿠폰제, 푸드스탬프제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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