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키로 한 정부안이 노동계는 물론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음에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행법은 해고를 촉진하는 법이 됐다"면서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17일 국회 경제관련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도 없이 법안이 나왔다"는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해고를 촉진하는 법이 됐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면서 "그게 뻔히 보여서 개정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정에서 논의도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목소리 높인 노동장관 "법을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한국노총 출신의 김 의원이 "현행 비정규법은 5년 간의 사회적 논의를 통한 진통과 고통 끝에 만들어졌다"면서 "이 법이 만들어진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가 불과 몇 개월간 내부논의 설문조사 등만 가지고 당에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질타했지만 이 장관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지난 5년 동안 논의과정에서 법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 제안 입법으로 제출하려고 했지만 당정 논의에서 '당이 적극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해서 넘긴 것이다"고 맞받아 쳤다.
이 문제에 관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협의 과정에서 정책위원회 라인에서는 공감대가 높았다. 하지만 개정안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반발 의견이 대두, '일단 중지' 상황에 처하자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책임 떠넘기기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장관이 비정규 사용 기한 연장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이 법안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공부문에 한편으로는 인력조정을 강요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청년인턴채용을 부과하고 있는데 모순이 아니냐"고 한승수 총리에게 따졌다.
하지만 한 총리는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턴제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 모순이 아니다"면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로 절감된 예산을 가지고 청년인턴을 채용해 장차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자질과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만, 정규직을 축소하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정규직을 축소하고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확대하는 건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의원은 "나는 18대 국회 개원초기부터 일자리 만들기보다 지키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 강봉균 의원도 "일자리 창출보다 급한 것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긴박감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있는 일자리나 잘 지키라'는 것으로, 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수준이 낮아지고 있음을 방증한 발언이다.
강 의원은 "자동차 수출이 52% 감소했다. 멀쩡하게 좋은 일자리들이 대량으로 없어지고 있다는 소리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신성장 동력, 녹색뉴딜, 4대 강 등 중장기 구상들만 무더기로 쏟아내서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가 자꾸 성장잠재율 (7%) 이야기를 하니까 관료들이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급하지도 않은 것을 자꾸 굴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747의 족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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