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14시간째 계속된 화재로 여전히 서문시장은 연기로 뒤덮여 있다.(11월 30일 오후 4시 기준)
발화점으로 알려진 4지구는 의복과 커튼 등 천 종류를 팔던 곳으로 화재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30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된 큰불길은 소방본부의 화재 진압으로 어느 정도 잡혔지만, 오후 4시까지 14시간째 잔불이 계속 잡히지 않고 있어 결국 4지구 건물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4지구 건물 건너편 10층 건물에서 바라본 모습은 처참했다. 무너져버린 상가 건물은 679개 점포를 모두 삼켰다. 작은 불길들은 여전히 4지구 꼭대기에서 모습을 보였다. 대구시소방본부가 4지구, 아진상가로 진입해 진압을 시도하고 있지만 높은 곳의 불길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 일대는 소방차, 응급차, 취재진 차량들로 둘러싸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상점은 대부분 휴점했다.
특히 4지구 상인들은 새벽부터 현재까지 무너져버린 상가를 보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밥을 먹는 것도 잊고 화재로 흔적도 없이 타버린 가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일부 피해자들은 까무러치며 눈물을 흘렸고, 어떤 피해 상인들은 "예고된 화재였다. 대구시가 뭘 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10년 넘게 4지구 3층에서 남성복을 판 선임숙(60)씨는 "1억원치 피해를 봤다. 미치겠다. 새벽 3시부터 나왔다"며 "맨날 소방훈련 한다고 하더니 뭐했는지 모르겠다. 불이 이렇게 자주 나면 무서워 장사하겠느냐. 삶이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시장이고 국회의원이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4지구 상인 김미자(64)씨도 울분을 토했다. "대피 훈련도 없고 불끄는 훈련도 안했다. 시장은 7시에 소등하는데 이번 화재가 말이 되냐. 노점, 야시장 수레가 불안불안했다. 예고된 화재였다"고 지적했다. 심윤선(62)씨는 "먹거리 활성화를 한다고 가스를 들였다. 폭탄을 들인 것"이라며 "사고에 무방비하게 만든 대구시가 잘못한 것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원상 복구를 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분노는 이번 화재가 2005년 12월 화재와 닮았기 때문이다. 당시 2지구 화재로 원단을 취급한 상가가 전소해 6백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11년만에 큰 불이 반복된 것이다.
발화점과 관련해서는 '4지구 외부 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장 목격자로 알려진 4지구 경비원 최모씨와 경비반장 장모씨는 "4지구 남서쪽 노점이 발화점"이라고 주장했다. 최모씨는 "경비업체 S사에서 화재 전화가 와 직접 119에 3~4차례 신고했고 응답이 없어 직접 소화기를 들고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종수 대구시소방본부 긴급구조통제단 현장 책임자는 "화재 원인이나 발화지점을 여전히 확실히 알 수 없다. 진화가 끝나고 정밀 조사해봐야 알 것 같다"며 "큰 불길 잡고 잔불 정리 중이다. 완전 진화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밤샘 진화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요청, 대체상가 임대보증금·경영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원상 복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복구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미지수다.
이날 국민재난안전처장과 중소기업지원청장 등 당국 인사들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부겸 민주당 홍의락 무소속 국회의원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초당적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저녁 7시 방문할 예정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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